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가입자 300만명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국산 스마트폰 업체들이 판매 부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배터리와 이어폰까지 제공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스마트폰 전문업체 HTC는 지난 5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기반 스마트폰 디자이어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디자이어는 HTC의 주력 스마트폰으로, 일본 등 일부 해외시장에서는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HTC는 기존 30곳이었던 국내 애프터서비스센터를 100곳으로 늘리고 추가 배터리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하지만 현재 누적 판매량이 10만대에도 못 미쳐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명성이 무색한 실정이다. 출시 직후 1,500대에 달했던 하루 판매량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 출시를 전후로 700대로 급감했다.
구글이 직접 설계와 판매를 맡아 화제를 모았던 넥서스원도 성적이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KT는 지난달 넥서스원을 출시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넥서스원은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2.2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초기 예약 물량 4,000대가 소진되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판매량이 1만대 수준에 불과해 아이폰4 출시 전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KT의 전략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 블랙베리로 유명한 림,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도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알려지면서 일명 '오바마폰'으로 불리며 해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누적 판매량이 5만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모토로라도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이를 출시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지만 누적 판매량이 12만대 수준으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소니에릭슨도 야심작 엑스페리아X10을 선보이며 국내 고객에게는 12만원 상당의 블루투스 헤드셋까지 제공하고 있으나 갤럭시S와 출시 시기가 겹치면서 일 판매량이 700여대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는 국산 스마트폰의 선전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국내 휴대폰 3사는 최근 들어 '스마트폰 지각생'이라는 오명을 씻고 잇따라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S와 팬택 베가 등은 주요 외산 스마트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계 업체의 열악한 고객지원과 애프터서비스 등도 외산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외산 스마트폰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산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피처폰(일반휴대폰)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한국 시장이 '외국산 스마트폰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