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거래' 검·경·법관·재계인사 줄줄이 옷 벗거나 사법처리 신세에 尹씨 50여건의 혐의로 기소 '사상 최다' 진기록
입력 2006.04.21 17:42:41수정
2006.04.21 17:42:41
희대의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경찰 최고위 간부, 재벌 오너,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등 각계 지도층 인사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로 이어지고 있다. 윤씨가 사건청탁이나 사건 수임알선 대가로 받은 검은 돈의 흐름을 계좌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저지른 뇌물수수, 회사자금 횡령, 브로커 수임 비리 등의 온갖 범죄들이 들춰지고 있는 것.
검찰은 21일 대검 차장을 지낸 김학재씨 등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2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낸 인물로 검사장급 출신 변호사가 사건 수임 비리에 연루돼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평소 친분이 있던 윤씨를 통해 진승현씨와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과 관련된 형사사건 6건을 모두 5억1,900만원에 수임하고 수차례에 걸쳐 윤씨에게 총 1억3,5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윤씨 외에도 법조브로커들로부터 5건의 형사사건을 소개받고 300만∼500만원씩 모두 1,7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현직 검사장급인 황희철 법무부 정책홍보실장은 건설업자인 처남을 통해 윤씨 명의의 수표 수백만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좌천됐다.
이에 앞서 윤씨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울 모 지법 부장판사 등 3명의 부장판사가 법복을 벗기도 했다.
검찰은 또 다음주 초 부하 경찰관들로부터 인사청탁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을 불구속기소하기로 했다. 김경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윤상림씨 차명계좌 추적 과정에서 최 전 차장이 전남경찰청장 등으로 재직할 당시 경찰 간부들로부터 진급청탁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전 차장에게 뇌물을 상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경찰관 4명도 함께 불구속기소하기로 했다.
윤씨 수사의 파편은 검ㆍ경 인사뿐 아니라 재계에도 튀었다. 진승현 게이트의 주인공 진승현씨와 윤씨의 돈거래를 추적하다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회사 소유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 거래를 통해 6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드러났다. 또 윤씨가 회장 행세를 하고 다니던 중견 건설업체인 W건설의 최모 회장이 수십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밝혀졌다. 검찰은 정 회장과 최모 회장을 다음주 중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공갈미수 사기 등 4건의 혐의로 윤씨를 추가 기소했다. 윤씨는 지난해 11월 체포된 후 5개월간 9차례에 걸쳐 50여건의 범행에 대해 기소됨으로써 검찰 역사상 가장 많은 건수로 기소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