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통보에 대해 대해 환영의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이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 시설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공개하고, 이를 폐기할 때까지 보다 중요한 협상과 절차가 남아 있다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영변 핵 시설을 감시하러 가지만 중요 시설에 대해서는 아직도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우선 첩보 위성을 통해 영변 핵 시설에서 원자로가 냉각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인데 이 작업에 몇 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북핵 문제에서 원자로 가동 중단은 가장 쉬운 일”이며 “중요한 것은 지난 2003년 원자로 가동에서 추출된 핵연료를 어디에 두었는지, 그리고 지난해 실험한 핵무기 이외 추가 무기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어려운 작업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맡은 윌리엄 페리는 “최종의 의혹을 털어내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정부 임기 내에서 어려운 일”이라며 “북한은 (마지막 문제를 해소하기까지) 상당한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핵 시설 가동중단 통보가 부시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YT는 이라크 철군문제, 러시아와의 미사일방어계획(MD) 분쟁, 이란 핵개발 억제, 아프가니스탄 사태 악화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해결 기미가 보이면서 큰 힘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뱅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에 골몰하며 북한과의 협상노선을 고수해온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그를 지원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협상파들의 입지가 보다 튼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으로 북핵 문제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화통신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원의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이번 6자 수석대표회의의 목적은 북한이 약속을 이른 시간 내에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실행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