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우선 정부조직 개편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이달 중순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고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관련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결론부터 말해 한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정부 조직개편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측이 너무 간단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수위가 복잡미묘한 정부개편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자 공직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공무원만이 아니다. 18개 부처 56개 정부조직의 변화에 따라 수백개 정부산하기관과 공기업의 운명도 뒤바뀐다. 수십만 소속 임직원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기업도 ‘정부개편’이라는 태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고 이 당선인 마저도 정부개편 결과에 따라 인사권에 영향을 받는다.
정부개편이 이처럼 대운하 건설 못잖은 중대한 일임에도 인수위가 2주만에 개편안을 완성해 일주일만에 국회 통과를 자신하고 나선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바로 보지 못해서다. 인수위는 다음달 25일 대통령 취임식과 동시에 새 정부를 꾸리는 데만 급급해 정부개편의 타임 스케줄을 짰다. 일의 무게를 가늠해 시간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일을 시간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국가운영은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는 기업경영과는 전혀 다르다. 당선인의 명령에 인수위원들이 밤잠을 자지않고 휴일 없이 일해 개편안을 만들더라도 당사자인 각 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촌부의 의견까지 가능하면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중차대한 현안이 정말 2주만에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 또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다. 개편안을 숙지하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뒤 수정이 필요하면 요구할 수도 있다. 토론과 협의에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한데 국회가 열흘 내에 해치워도 걱정 그렇지 못해도 걱정이다.
10년 전 ‘외환위기’의 비상시국에서도 정부개편에는 인수위 이외의 별도 위원회가 필요했고 여론 수렴과 법개정과 공포까지 48일이 걸렸다. 당선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당시의 간단치 않았던 정부개편의 속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