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강경입장에서 선회한 것은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사법처리를 당하는 노조원만 속출하는 등 파업을 통해 얻는 실익은 거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다수의 국민들이 파업에 대한 불만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도 부담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철도노조가 대화에 의한 타협으로 급선회하게 됨에 따라 큰 피해가 우려됐던 교통 및 물류 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앞으로 줄줄이 예정된 하투(夏鬪)의 강도도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노조 급선회 배경=이날 밤 정부와 철도노조는 파업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긴급하게 벌였다. 당초 철도노조 집행부는 정부의 강경방침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철도 기관사 노조원들의 산개투쟁을 지속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영주와 마산에 있는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강경 투쟁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왔다. 노조원들의 내부반발이 높아지면서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들의 의견을 전격 수용, 노조원들에게 휴대전화 등을 통해 파업지속 찬반의사를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영주와 마산 등 지방에 있는 노조원들이 파업을 철회하고 빠른 시일 내에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다”며 “집행부는 이를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하려 했지만 내부 반발이 워낙 거세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풀기로 한 것은 계속되는 정부의 물리력에 사실상 굴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천환규 철도노조위원장을 해임조치하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기관사 등에 대한 중징계 사법처리 등 `대화와 타협`보다는 법과 원칙을 내세워 전방위로 노조를 압박해갔다. 또 노동계의 연일되는 대정부 투쟁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30일 밤부터 1일 새벽 사이 2시간 동안 철도노조 체포영장 발부자 등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일제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등 더욱 강도높은 방법으로 노조를 옥죄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철도 노조원들이 더 이상 파업을 해서는 얻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철도노조의 파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투 강도 약해질 듯=철도 노조가 사실상 정부에 굴복함으로써 향후 하투의 강도는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은 이날 전국적인 집회와 총 파업을 통해서 파업의 실탄을 사실상 거의 소진한 상황이다. 또 철도노조가 강경입장에 변화를 보임으로써 민주노총의 투쟁도 탄력을 받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앞으로 금속연맹과 보건의료 노조 등의 투쟁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지만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해서 노조 집행부가 불법 파업 등을 통해 전면전을 벌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하투에서 현대차 노조의 투쟁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일 실시한 산별전환 투표에서 전환이 무산되는 등 조직이 결집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쟁의 강도를 높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