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株, 기관 매수로 '햇볕'

"주가 너무 떨어졌다" 8일째 '사자' 행진
하이닉스 1.47% 반등, 삼성전기 신고가
"가격 메리트 있지만 큰폭 반등 쉽지않아"



‘이제는 빠질 만큼 빠졌나’ 지난달 유독 부진했던 IT업종이 저가 매수의 타깃으로 지목을 받으면서 주가에도 모처럼 볕이 들었다. 외국인들은 8일까지 22일 연속으로 국내 IT주를 팔아치웠지만 지난 3거래일 연속 매일 1,000억원 대에 달한 순매도 규모는 이날 100억대로 뚝 떨어졌고 기관들의 연이은 매수로 수급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도 최근의 IT주 하락이 과도한 수준에 달해 이제 슬슬 저가 매수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힘찬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IT주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전날보다 49.71포인트(0.84%) 오른 5,949.49로 마감하며 지수 조정 속에도 이틀 연속 반등세를 이어갔다. 특히 하이닉스는 이날 일본 도시바와의 낸드플래시 특허침해 소송 예비판정에서 승소했다는 호재에 힘입어 1.47% 상승한 3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 IT주 강세에 일조했다. 또 삼성전기가 IT부품업체의 업황 개선 전망에 힘입어 장 중 한때 4만2,2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와 삼성SDI도 각각 전날보다 0.99%와 3.29%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10월 내내 부진에 허덕이던 IT주 반등은 이 달 들어 5거래일 동안 4,700억원 어치 이상을 팔아치운 외국인 매도가 대폭 줄어든 데다, 기관이 8거래일 연속 IT주를 사들이며 수급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이 될수록 기관이 장세를 주도하기 때문에 기관 매수업종이나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IT주에 대한 저점 매수를 제안하고 있다. 국내 기관이 지난 한 달간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에는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등 대형 IT주가 나란히 진입했을 정도로 IT주에 대한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관의 IT주 순매수는 418억원, 외국인의 매도규모는 15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IT주가 반등할 때가 됐다”며 “환율과 미국의 경제지표 등 불안 요인이 있긴 하지만, 반도체 공급 과잉과 LCD 비수기 돌입 등 업계의 수급우려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이 같은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 있는 1월 중순까지는 자연스러운 반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 IT주들의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상태여서, 외국인이 더 이상 공격적인 매도에 나설 여지는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스피를 웃돌 정도로 시장을 주도하는 반등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 애널리스트는 “업황이 호전되던 7월에 비해 제품 가격이나 환율 측면에서 반등의 촉매는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춘절 특수가 나타나기까지는 횡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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