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드대란은 정부정책 잘못"

美 연방의회 조사국 밝혀… 韓 감사원 주장과 달라

지난해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며 한국 금융산업의 총체적인 부실을 초래한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 원인은 금융감독원의 카드사 감독 부실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미 연방의회 조사국(CRS)이 20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날 서울경제와 뉴욕 한국일보가 입수한 CRS 보고서는 한국 감사원은 단순히 금융감독이 카드사 감독과 관리를 잘못해 카드대란과 금융부실이 초래되었다고 결론지었지만 이는 한국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CRS의 이번 보고서 결과는 카드대란 원인이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관리 부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결론지은 감사원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카드대란을 둘러싼 원인규명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마크 매닌 CRS 외교, 국방, 무역국 아시안 관계 분석관이 작성한 것으로 연방의회에 비공개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CRS 보고서는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가 99년과 2000년 회복세를 보이던 중 2001년부터 다시 급속히 위축되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자율 인하와 신용카드 사용 완화정책을 폈다”며 신용카드 부실의 일차적인 책임이 정부 정책에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보고서는 “신용카드 완화를 통한 소비자 지출이 늘면서 2001년 3.1%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02년 6.3%로 증가했다”며 “하지만 무리한 신용카드 정책으로 2003년 들어 개인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되고 은행 등 금융 회사들의 부실대출로 금융산업 전체가 휘청거리면서 성장률은 3.1%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CRS보고서는 90년대 말까지 한국 금융 회사들은 주로 기업대출에 주력했기 때문에 소비자 대출은 거의 미개발 상태였지만 97년 대기업들이 신규차입을 줄이자 소비자 신용카드로 눈을 돌렸고 정부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카드대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뉴욕=서정명 특파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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