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 착공, 후(後) 분양 제도 도입을 공론화 해야한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터 파기만 한 채 아파트를 분양하는 지금의 `선 분양 후 착공` 제도 하에서 `분양가 거품`은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선 분양이나 중도금 대출 등의 현행 분양방식은 소비자가 부실화될 경우 건설업체 부실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덧붙였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인상에 따른 집값 폭등, 소비자 부실에 따른 건설업 부도 등 제반문제점의 해결방안으로 `선 착공 후 분양`제도 도입을 꼽고 있다. 또 국민주택 규모 이하에 대해 분양가를 규제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 분양, 물량 위주 정책의 산물 = 선 분양 제도는 과거 물량위주 정책의 산물이다. 물량부족 시대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짓게 하기 위해 건설업체에 준 인센티브 정책인 셈.
현행 법상 건설업체는 땅값과 10% 공정(터파기)의 공사비용만 있으면 착공할 수 있고 나머지 비용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중도금ㆍ잔금으로 충당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주택보급률이 지난해 100%에 육박한 상황에서 물량 위주의 정책도 그 쓸모가 한계에 달했다. 정부 역시 정책 기조를 물량에서 질 위주로 전환, 주택건설촉진법 등 주택관련 법령을 한 곳에 모은 주택법을 준비중이다. .
◇선 착공ㆍ후 분양, 불가능하지 않다 = 후 분양 제도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금융권의 파이낸싱이다. 최근 은행들은 수익성 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업계획서만 좋으면 돈을 얼마든지 빌려주겠다는 것이 은행의 입장”이라며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규모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공사대금 전액을 대출 받는 것은 다소 어렵지만 보통 30~40%, 많게는 50~60%까지 융자를 받아 공사를 짓는 것이 전혀 불가능 하지 않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50~60%의 공정이 진행된 후 분양에 나선 단지가 크게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대다수 건설업체의 경우 위험부담 등으로 인해 아예 `선 착공 후 분양` 방식 도입 자체를 고려치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건설업체가 나서야 = 모 연구기관의 연구원은 “대형업체가 물고를 트면 후 분양 제도가 빠른 시일 안에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완공된 상품과 건설업체가 매긴 가격을 놓고 소비자가 검증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분양가 거품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선 착공, 후 분양`의 실현 방안과 문제점 등을 검토하지 않고 건설업체들이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아울러 소형 주택의 경우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가격을 규제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