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과다로 세계경제 곳곳 '거품'

"중앙銀 통화정책 출발점 전환시급"

세계 경제의 `거품'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펀더멘털이 견실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이를 가볍게 보는것은 위험 천만한 사고 방식이라고 미국의 경제 칼럼니스트가 경고했다. 스티븐 펄스타인은 23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된 `세계 경제, 공돈 천지 속거품에 휩싸여'란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하면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이같은 새로운 금융 현실에 맞는 쪽으로 통화 정책을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칼럼을 요약한 것이다. 올해의 세계경제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거품이다. 미 경제를 가만히 들여다봐도 온통 거품 천지다. 부동산 시장이 그렇고 정크본드와 신흥시장물을 중심으로 한 채권시장 역시 같은 상황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아온원유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 인수.합병붐이 이어져온 주식시장 역시 거품이 끼어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금융시장에 공돈이 넘치기 때문이다. 미기업연구소(AEI)의 존 마킨 애널리스트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면서 문제는 "그것을 쉽게가라앉힐 묘수가 없다는 점"이라고 진단한다.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회장도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 회견에서 "세계시장의유동성 거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품 천지가 된 원인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유동성을 부추기는 쪽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즉 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앙은행들이 돈을 푸는데 관대해온 것은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일본은행도 경기촉진과 디플레 타개를 위해 그동안 `제로금리' 기조를 고수해왔다. FRB 역시 인플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이전의 3년간 기록적인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이 중국 인민은행이다. 수출 호조로 넘치는달러를 흡수해 위안(元)화 페그제를 고수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품이 터져여만 그제사 심각성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려온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을 시인했다. 지난 90년대말 FRB가 증시 거품을 우려하면서 뾰족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부동산시장 거품이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 부동산업계 거물이귀띔하는 바로는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렌트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거품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전국적으로 소유 쪽이 8% 가량 비싸게 먹힌다는 얘기다. 투기가 특히 극성을 부리는 샌디에이고나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그 차이가 50%를 넘어선다는분석이다. 미국 2위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전문기관 프레디맥의 데이비드 버슨 애널리스트는 과거 나스닥에서나 볼 수 있었던 투기가 이제는 부동산 쪽에서도 완연하다면서순수 투기 목적의 주택 매입이 최고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미부동산중개업협회가 집계한 비율도 지난해 23%로 나타났다. 상용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무실 렌트율은 별 차이가 없는데도 빌딩 값은계속 뛰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원유시장의 거품도 예사롭지 않다. 석유거래 전문가에 따르면 재고가 줄면 일반적으로 유가가 오르는 것을 감안해투기 세력이 선물 시세에 비해 현물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전략을 썼으나 이제는 헤지펀드와 대학기금까지 가세하면서 선물 쪽을 먼저 오르게 하고 현물 시세가 뒤따르게하면서 차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석유시장에도 거품이 확대된다는 얘기다. 채권시장에도 거품이 확산되면서 정크본드와 신흥시장물 쪽에 투기자본이 몰려안전한 상품의 대명사격인 10년물 미국채와 이들간의 금리차(스프레드)가 기록적인수준으로 좁혀졌다. 주식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갈곳이 마땅치 않은 자금이 넘치면서거품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거대은행과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텔레콤과 소프트웨어 쪽 인수.합병시장을적극 공략하는 기업이나 민간투자펀드에 느슨한 조건으로 돈을 집어넣었다가 낭패보는 경우가 왕왕 나타나는 요즘이다. 과거 거품을 정확히 예언했던 헤지펀드의 `큰손' 워런 버핏이 투자가 마땅치 않아 은행에 430억달러를 그냥 넣어놓고 있는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판단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그린스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 지도부는 여전히 고루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품과 `실제 경제'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숨막히게 돌아간다. 중국의 `수출달러'가 미국 1위 모기지론 전문기관인 패니매를 통해 미국 부동산시장에 즉각 흘러들어온다. 중동의 `오일달러'도 헤지펀드나 부동산투자펀드를 거쳐미국 텔레콤 주식이나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한다. 미국채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소유인 현실도 같은 맥락이다. FRB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가 맞다 틀리다하는 논란이 여전하다. 그러나 실상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거품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점과이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전과는 판이하다는 것이다. FRB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이 점을 시급히 인식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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