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 랠리 끝" VS "상승장 진입 전 조정"
엇갈리는 횡보장 진단 약세론-"이익 모멘텀 약화로 올 1,900넘기 힘들어"강세론-"기간조정후 하반기에 전고점 돌파도 가능"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베어마켓 랠리의 끝이다.”
“상승장 진입 전 조정이다.”
코스피지수 1,800~1,850선을 맴도는 지루한 횡보장이 계속되자 요즘 증권가에서는 증시 강세론자와 약세론자 간에 논쟁이 치열하다. 약세론자들은 증시가 약세장에서 일시적으로 반등한 '베어마켓 랠리'를 마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중반에서 5월 중반까지 이어졌던 상승랠리를 올해 더 이상 보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강세론자들은 현재의 횡보장세는 3월 초 반등 이후 숨고르기 국면으로 '기간 조정'을 거친 후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하반기에 2,000선은 물론이고 지난해 고점인 2,085포인트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약세론자 "올해 1,900선도 버겁다"=증권가의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1,900선 넘기기도 벅차다"고 진단했다.
주요한 근거로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 경기 위축으로 기업이익 모멘텀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인 미국과 이머징 국가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이는 기업들의 이익모멘텀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학주 센터장은 4월 말 이후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SCI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12개월 선행 EPS 증가율은 4월 중 최고 22%를 웃돌았으나 5월 들어서는 15%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EPS 증가율이 10%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1,840선이 적정 주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에 일시적으로 오버슈팅할 수는 있어도 적정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당분간 하락도 반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6월 내내 일진일퇴하면서 1,800~1,900선을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가 더 이상 상승할 탄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2ㆍ4분기까지 수출기업들이 환율의 힘으로 주가가 올랐으나 3ㆍ4분기부터는 환율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게다가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주도주의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의미 있는 상승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3ㆍ4분기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다가 4ㆍ4분기에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2,000선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강세론자 "하반기에 전고점 뚫는다"=강세론자들은 현재 장세가 일시적인 조정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 조정으로 힘을 축적해 하반기에 전고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주가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유가ㆍ곡물가 등 상품가격에 대해서는 "결국은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는 긍정적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 강세론자로 부상한 김영익 하나대투 부사장은 미국 경기 선행지표가 경제회복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 FOMC가 6월 말로 금리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미국 경기도 하반기에는 회복추세에 접어들면서 달러가치가 반등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상품가격이 급격한 상승세에서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주식시장을 더 이상 압박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 부사장은 4ㆍ4분기에는 전고점 돌파는 물론 2,300선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200포인트 돌파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대우증권 유니버스 기준(198개사, 시가총액 75% 해당) 상장사 영업이익이 올해 69조원, 내년에는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가 다소 둔화된다 하더라도 상장 기업의 이익이 한 단계 레벨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 센터장이 유력하다고 보는 전고점 돌파 시기는 실적 효과와 미국 금리인하가 중단되는 3ㆍ4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