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용이라도 CCTV 설치는 신중히

서울시가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이르면 내년부터 시 전역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구가 논현동에 CCTV 5대를 설치, 운영한 결과 관내 살인ㆍ강도ㆍ폭력 등 5대 범죄가 42.5%나 감소했다는 보고에 따라 이를 전 자치구에 확대실시키로 하고, 필요 지역을 파악해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설치에 따른 예산지원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날로 늘어나는 강력범죄의 예방과 불법 주ㆍ정차 단속을 위해 서울시가 CCTV 설치지역을 확대하겠다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실제로 강남구 구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 본 결과 확대 설치에 85%가 찬성했다니 강남구와 구민들의 의견도 일치한 셈이다. 하지만 전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무작위로 CCTV 촬영에 나서는 것은 우선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 강남구의 경우 설치지역 확대에 앞서 인권침해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CCTV 설치 구역`이라는 안내간판을 붙이고 주변 지역주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통행자의 동의나 승낙을 일일이 받을 수는 없는 만큼 초상권 내지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게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장이다. 또한 경찰이 무인 단속장비를 활용해 불법 주차차량을 적발한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 차량표지를 붙이지 않아도 되게끔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대한변협은 문서에 의한 사전예고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면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다. 최근 은행 외부에 설치한 CCTV가 제 역할을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범인이 손바닥이나 다른 물체로 렌즈를 막고 범행하는 경우 기계로서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또 렌즈 뒤쪽에서 역광이 비칠 경우 카메라가 제 기능을 못해 현상에 실패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효과를 보려면 여러 각도에서 두대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이야기다. 이밖에 은행에 설치되어 있는 일부 아날로그 CCTV의 경우 화질이 좋지않아 범인 검거를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기계에 의지하는 치안은 범인들이 CCTV의 약점을 간파해 피해나갈 때 무용지물로 버려지거나 아니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신기술 개발로 대응해야 한다. 그 점에서 초기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CCTV 범죄예방론의 한계다. 따라서 서울시는 인권침해 문제와 기술적 개선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좀더 실험을 거쳐 효과분석을 철저히 한 뒤 최종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 때문에 예산을 낭비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김영기기자, 최인철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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