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 복원을 신호탄으로 신사업 강화와 3세 경영체제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개편 폭은 1993년 신경영선언 때와 2008년 이건희 회장 퇴임 때 보다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안팎에선 그룹 차원의 변화에 맞춰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도 조직개편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신사업에 대해 총괄 점검을 거친 뒤 흡수ㆍ통합 등 추가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큰 폭의 조직개편은 김순택 부회장이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임명된 데서 읽힌다. 김 부회장은 고 이병철 선대 회장 시대를 마감하고 이건희 회장 시대를 연 숨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1990년 그룹 회장 비서실 경영지도팀장(감사팀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책임자인 소병해 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김 부회장이 수장으로 임명된 것도 삼성그룹의 인적ㆍ사업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이 같은 이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과거 이력 등을 고려해 볼 때 과감한 조직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사업 강화ㆍ3세체제 구축=조직개편 방향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3세 경영체제 구축이다. 이재용 부사장, 이부진 전무, 이서현 전무 등 삼성가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밑그림이 그려진다는 의미다.
특히 젊은 오너들이 근무하는 계열사의 경우는 조직개편 범위가 다른 회사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계열사별로 젊은 오너들을 보좌하고 경영권 승계를 이끌 조직이 새롭게 생기거나 확대 개편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사업 수직계열화도 한 축이다. 일단 신사업을 주 업무로 하게 될 그룹 컨트롤타워는 슬림형 조직으로 꾸민다. 적은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그룹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계열사간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각 계열사마다 가동 중인 신사업팀의 확대ㆍ강화도 점쳐진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계열사 신사업팀과 호흡을 맞춰 가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구조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컨트롤타워 복원에 맞춰 특히 신사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예고되고 있다”며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 되면 계열사별로 신사업을 발굴을 위한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업구조조정 이어진다=3세 경영체제 구축과 신사업 수직 계열화 외에 각 계열사 마다 그룹을 보좌하며 호흡을 맞출 새로운 조직 탄생도 예고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복원된 만큼 각 계열사별로 이를 행정적으로 보좌할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계열사별로 그룹을 보좌하는 조직이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잘 드러나 있지 않다. 곧 단행될 조직개편에서는 이들 조직이 전면으로 부상할 여지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복원될 그룹 컨트롤타워 산하에는 사업지원팀, 신사업팀, 홍보 등 4~5개 팀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사업조정팀이다. 사업조정팀은 각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과 투자 등에 대해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업지원팀이 그룹내 조직으로 본격 가동될 경우 삼성 계열사 전반의 신사업과 투자 등에 대해 심도 깊은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바탕으로 사업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조직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관리와 컨트롤’ 이었는데 이건희 회장 퇴임과 그룹 해체 이후 100% 완벽하게 가동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룹 조직 부활과 더불어 최대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