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사재출연하고 우량계열사 매각하라"
정부·채권단 입장
`극단은 피하겠다. 하지만 시한은 10일 이전이다'.
현대건설 처리를 매듭짓기 위한 정부와 채권단의 결단이 조금씩 늦춰지고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비롯한 정씨 일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그러나 여전히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보다 분명하게 자구노력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채권단은 6일 현대측에 대해 요구사항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전달했다. 현대가 마련해야 할 자구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됐다. ▦정씨 가족들이 사재출연 형식으로 나서고 ▦우량계열사를 매각해 모회사(건설)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구를 못하겠으면 경영권을 포기하고 `감자후 출자전환'에 동의하라는 최후통첩도 내보냈다. 더 이상 보여줄 카드는 없다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절차를 10일 이전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부분은 있다. “극단은 피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는 점이다. `법정관리'라는 배수진은 쳐놓았지만, 극단의 압박카드인 듯싶다.
정부는 대신 현대가 6일 밝힌 MH회장 보유주식 매각 등 개인차원의 자구노력은 `성의 표시'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룹차원의 큰 카드'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ㆍ채권단 최후통첩속 숨가쁜 막판조율=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6일 MH회장의 계열사 지분 전량매각과 관련, “그 정도로는 안된다”고 못밖았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나 MH 주식매각 등 개인차원의 자구노력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가 큰 그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현대가 해야할 일을 두가지로 다시 압축했다. MH 가족들이 나설 것과 우량계열사 매각이 바로 그것.
정부는 이중 `가족해결'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근영금감위원장이 전날 밝힌대로 공정거래법과 주주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가족(정세영회장ㆍ정상영회장ㆍ정몽준회장)의 계열사가 아닌, 개인차원에서 나서라는 주문도 던졌다.
가족들이 현대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든, 십시일반으로 유동성에 도움을 주든 택일하라는 것이다. 단 유동성 보완에 따른 차주는 현대건설이 아니라 MH개인자격이 돼야 한다는 조건도 내달았다.
우량계열사 매각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구체적으로는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채권단은 서산농장을 매각하거나 현대택배 등 작은 계열사를 파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매각대상회사로 떠오르는 게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전자 정도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이 MH계열과 정몽준회장 계열의 현대중공업까지 포함한 계열사 전체의 자구계획을 받기로 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현대 스스로 살 시간은 8일, 이후엔 출자전환과 법정관리중 택일= 진념 재정경제부장관은 6일 “현대건설 문제를 이번주 내에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를 반응하듯 채권단도 이날 예상보다 빠르게 현대측에 감자 및 출자전환 동의서를 보냈다. 현대측은 표면적으로 `일단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정부측에 전달된 정식 입장은 없다. 현대는 대신 이날 오후 MH 보유 계열사 주식 매각 등의 잠정 자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정도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밝힌다. 외환은행도 “아직 은행에 전달된 것이 없다”며 이날 현대 자구안에 곁눈질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신 7일 저녁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태도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늦어도 8일 확대채권단회의 전까지는 최종 자구노력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자전환 여부도 자구노력과 병행해 논의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이 때까지 `시장을 납득시킬' 카드가 없을 땐 현재의 그림대로 밀고 나갈 방침이다. 아무리 늦어도 이번주안에는 ▦독자회생을 하든 ▦출자전환을 하든 ▦법정관리를 하든 결판을 낼 계획이다.
/김영기기자 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11/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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