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효율" 맹신서 벗어나야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맹신중의 하나가 공기업 민영화이다. '공기업=비효율', '시장=효율'이라는 논리이다. 시장원리를 국민윤리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절대자가 되어버린 '시장'을 이제는 되돌아보아야 한다. 과연 '시장=효율'인가? 시장과 효율은 별개의 것임을 명심하자. 시장기업과 공공조직을 가르는 본질은 수익경영 여부이다. 즉 '시장=수익성', '공기업=공공성'이 원래의 구분이다.
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을 수익원리에 내맡기려 한다. 캘리포니아 전력, 영국철도를 보라. 소수 민간 대기업의 이윤극대화를 위하여 국민은 전력대란, 철도대란을 겪으면서도 높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기업에게는 최대이윤을 선사하지만 국민에게 서비스파탄, 요금 인상을 안겨 준 것이 바로 기간산업의 민영화이다.
우리는 국가기간산업이 공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공기업=비효율'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정치논리에 따른 낙하산체제에서 어떻게 공공적 규율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공기업의 문제는 관료독점으로 이끌어 온 한국 근대화의 반영이다.
이제 진짜 개혁을 하자.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늬만 공기업인 국가독점적 시장기업이 아니며 민영화된 완전 시장기업도 아니다.
국민에게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살아 있는 공공조직이 우리의 바램이다. 온 국민이 참여하여 감독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공공조직의 생산력도 확보될 수 있다.
현명한 농부는 굶을지언정 씨앗은 먹지 않는 법이라 했다. 정부는 수십억원을 쏟아 부으며 각본대로 만든 민영화보고서에 안주하지 말고, 기간산업의 생산자와 사용자인 국민에게 진지한 의견을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