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기술금융 활성화해야

실사구시(實事求是).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며 각종 실험과 연구를 거쳐 객관적 사실을 통해 정확한 판단과 답을 얻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나라 실학정신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학문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백성들의 실생활에서 쓰임과 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실학은 자연과학의 도입, 중소상공업의 육성, 기술혁신 등 새바람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이내 기존의 공리공론의 역풍에 기가 꺾이고 만다. 실학이 융성했던 시기가 일본의 메이지유신보다도 70년 빠른 지난 1780년 무렵이었으니 만일 그 시대의 지식층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실질적인 것, 세상살이에 쓸모 있는 기술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것이 미래의 패러다임이라는 점에 동조했더라면 우리의 근대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가 겪었던 치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2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주된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20세기 후반을 달궜던 좌우 이념의 갈등도 희미해지고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화가 이뤄진 이 시기에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패러다임은 아마도 그 옛날 실학자들이 강조했던 실질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기술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데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 기술금융의 활성화다. 기술이 무형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그 무형자산을 기초로 한 금융이 일반화될 때 비로소 기술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다. 자본이 미약한 우수기술 보유기업의 기술을 평가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미래에 투자하는 기술금융의 활성화는 기술력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과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된다. 또한 기술금융의 발전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평가보증, 기술가치평가, 벤처기업과 이노비즈(INNO-BIZ) 선정을 위한 평가 등 다양한 목적의 기술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금융의 중심에 서 있다. 창업 초기 기업이나 기술개발을 위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정보부족으로 제때 금융을 지원받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기술가치를 평가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기술혁신기업은 즉시 가까운 기술보증기금의 지점이나 평가센터의 문을 두드리시라.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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