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8일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화 의지를 공식으로 밝힘에 따라 지난해 12월 베이징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 이후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핵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공식면담 석상에서 북핵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함에 따라 조만간 양자 또는 다자 대화의 구체적인 일정표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이 다이 국무위원과의 면담에서 북핵 관련 대화 의사를 천명한 것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위치를 고려한 결과다. 이날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다이 국무위원에게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고위층 교류와 각 분야의 협력을 통해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고려해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 방문을 계기로 북핵 협상 복귀 의사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북한은 비핵화의 목표를 계속 견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비핵화 노력을 내비친 점은 앞으로 북핵 협상의 진전 속도에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북미 간 양자 대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고 미국도 조만간 북미 양자 대화에 나설 뜻을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이 말한 대화 의지가 양자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면 이는 중국 특사의 방문을 배려한 외교적 표현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다자보다는 양자 대화에 고집을 부릴 경우 오히려 북핵 6자 회담의 진전 속도는 느려질 수도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의장국의 특사 앞에서 언급한 표현인 만큼 다자 대화인 6자회담에 힘이 더 실려 있을 것이란 분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미 6자 회담과는 다른 다자 대화를 원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북 경제 지원에 반감을 품고 있는 일본이나 우리 정부는 제외한 채 중국과 미국 등으로 구성된 3자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동북 아시아 외교 무대에서 맹주 위상을 노리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이 의장국으로 있는 6자 회담의 판을 깨뜨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는 수순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오는10월 초 양국 수교 60주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하는 시기에 맞춰 북한의 다자 대화 복귀 시간표가 발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