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콜금리를 연 4.50%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한 것은 물가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뜻이다.
아울러 현재의 경기 흐름에 대해 본격적인 하강보다는 일시적인 둔화로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심리지표에 이어 실물지표에서도 경기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어 콜금리 인상이 앞으로 경기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고유가, 원.달러 환율의 하락 가능성 등 대외 변수의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는 일단 콜금리의 경우 금통위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경제 운용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경기 둔화 이미 가속화= 실제 경기가 이미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들은 심리지표 뿐 아니라 실물지표에서도 광범위하게 포착되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경기 하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선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5분기 만에 최저인0.8%에 그쳤다.
특히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떨어졌고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무려 5개월째 하락했다.
선행지수가 추세적으로 변하는 것인지를 알려면 보통 3~6개월 정도 봐야하는데 이미 5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져 민간경제연구소들의 경기하강 전망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심리지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7월 통계청의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특히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도 기준치 밑으로 떨어져 소비 위축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금리 상승 투자.소비에 악영향 불가피=콜금리가 오르면 일반 시중은행의 금리도 오르고 시중 금리 상승은 대출을 받은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준다.
결국 현재도 저조한 중소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위축되고 부동산담보대출 등 부채 상환 부담이 더 커진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콜금리 인상이 최근 나타나는 경기 둔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콜금리를 올린 것은 하반기 경기에 대해 자신하는데다 대외불안 요인이 해소되면 총수요 증가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내외금리차 문제나 환율 등도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기를 놓치면 추후 콜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내년 상반기에 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번 금리인상은 내년 상반기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경기흐름과 엇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빚을 진 중하위 계층을 어려움으로 밀어넣어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경부는 '속끓는 불만'=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건설 부문을 빼면 투자 증가세 등 지표는 괜찮은 상황이기 때문에 콜금리를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은은 아무래도 물가쪽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콜금리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경기보다는 물가에 더 비중을 둔 시각에 다소 불만이라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도 "한은이 실물 흐름에 대해서도 좀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집중 호우 등으로 인해 생산활동동향, 서비스업동향, 고용 등 7월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콜금리까지 올린다면 투자 축소→고용 감소→소득 감소→소비 감소→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