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리얼드라마' 뜬다

"파격적 형식으로 지상파선 못보던 재미 선사"
'악녀일기'등 일반인 직접 출연해 일상생활 다뤄
6㎜ 촬영방식·사실적 내용으로 시청자 눈길잡아
'데자뷰'등 TV영화도 화려한 영상미등으로 인기

악녀일기 주인공 안민애, 악녀일기 주인공 이칸희

색시몽, 도시괴담 데자뷰

막돼먹은 영애씨

‘리얼드라마를 아시나요?’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리얼드라마, 다큐드라마, TV 영화 등 기존의 드라마 문법과는 다른 드라마들이 선보이고 있는 것. 이들 드라마는 지상파와는 다름을 추구하는 케이블TV에서 꽃피우며 안방극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 ◇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 리얼드라마란 일반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드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 케이블ㆍ위성TV 여성 채널 올리브에서 매주 수요일 밤12시에 방송되고 있는 ‘악녀일기’가 대표적이다. 일반인인 23살의 휴학생 이칸희와 25살 안민애 씨가 직접 출연해 ‘쇼핑’, ‘꿈’, ‘생일’ 등의 주제를 놓고 과거 자신이 실제 경험했던 일들에 드라마적 요소를 덧붙여 보여준다. 일종의 재연 형식이지만 제작진과의 논의를 통해 극적 요소가 더해진다. 6mm 카메라로 제작되는 데다 촬영지도 이들이 다니는 실제 장소이고 출연진 역시 주인공의 친구들이 나와 사실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케이블ㆍ위성TV 오락 채널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로 대표되는 다큐드라마도 리얼드라마와 비슷한 형식. 다만 어느 정도 더 사실적이냐에 따라 리얼드라마와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다큐드라마가 리얼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적 요소를 갖고 있다. 다큐드라마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그 내용도 작가들이 쓴다. 하지만 촬영은 6mm로 한다. ‘…영애씨’의 경우 주인공인 영애가 사는 집은 일반 가정집을 배경으로 하고 소품도 그대로 쓴다. 보통 사람을 대변하는 개그우먼 김현숙이 영애로 나와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을 연기한다. TV 영화는 이미 케이블TV에서는 드라마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하는 TV 영화는 화려한 영상미와 색다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끌고 있다. 케이블ㆍ위성TV 영화 채널 OCN의 ‘동상이몽’으로 시작된 TV 영화는 ‘키드갱’(OCN), ‘8일’(채널CGV) 등으로 제작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색시몽’(채널CGV), ‘도시괴담 데자뷰’(수퍼액션), ‘이브의 유혹’(OCN) 등 ‘섹시 코드’가 들어간 작품들이 TV 영화의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케이블TV만의 영역 개척 작품의 제작과 표현 방식에서 기존과 다른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지상파와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로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6mm 촬영 방식과 사실성 높은 내용으로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거나 TV 영화처럼 색다른 기법을 보여줄 수 있어야 관심을 끌 수 있는 것. 실제로 tvN은 ‘위대한 캐츠비’, ‘하이에나’처럼 지상파 드라마와 비슷한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반대로 새 형식의 드라마들은 시청률면에서 제법 재미를 보고 있다. ‘악녀일기’는 평균시청률이 0.3%이지만 여성 채널들 사이에서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2까지 제작되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1의 경우 평균시청률이 약 1% 가까이 나왔다. TV 영화는 시청률 제조기. ‘이브의 유혹’은 평균시청률 1.91%를 기록했으며 ‘동상이몽’은 분단위 최고 시청률이 6.28%에 이르는 등 케이블TV 시청률에 새 역사를 썼다. 제작비가 싸다는 점도 한몫한다. TV 영화는 사정이 다르지만 리얼드라마와 다큐드라마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정격드라마는 편당 억대의 돈이 들어가지만 리얼드라마 등은 편당 제작비가 3,000만원 내외다. 제작비도 아낄 수 있고, 케이블TV만의 색깔을 살려 시청자들의 인기도 얻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들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리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리얼드라마와 TV 영화 등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은 드라마의 소재와 형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는 “리얼드라마와 다큐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관음증적인 욕망을 자극해 시청률을 올리려고 하는 측면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TV 영화 역시 한국영화의 제작 여건이 나아질 경우에도 영화 감독들이 계속 TV 영화를 만들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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