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전쟁이 끝난 후

[화제의 책] 전쟁이 끝난 후 타리크 알리외 지음, 발칸전쟁, 인도주의 가면 쓴 야만 “(발칸전쟁에서 서방의)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변종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알렉스 캘리니코스ㆍ영국 요크대 교수) “(발칸전쟁은)세계 경제에 대한 주권을 확립하고자 하는 새로운 제국주의의 시도였다.”(엘렌 메익신즈 우드ㆍ캐나다 요크대 교수) “미국의 더러운 군사ㆍ경제 정책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두어서는 안된다.”(에드워드 사이드ㆍ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전세계 진보적 지식인 11명의 글을 모은 책 `전쟁이 끝난 후'(이후 펴냄)은 코소보를 둘러싼 `발칸전쟁'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반추한다. 발칸전쟁은 그동안 코소보의 알바니아계에 대한 세르비아계의 학살,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인도주의적 개입이 전모인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11명의 필자는 `전쟁이 끝난 후'에서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즉 전쟁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코소보의 `인종 청소'는 사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오히려 알바니아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나토가 군사력을 투입한 것이 세르비아계에 대한 학살과 탄압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한 나토가 유엔(국제연합)의 승인도 없이 주권국가에 무력을 사용했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좋지않은 선례로 남을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나토가 주권국가를 향해 벌인 이번 전쟁은 아무런 합법성도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채 오로지 `인도주의'라는 외피만으로 수많은 희생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방 지식인과 언론인들의 도덕적 불감증에 대한 따가운 일침도 있다. 노엄 촘스키(미국 MIT 석좌교수)는 랑부예협정, 세르비아의회 결의안, 코소보협정 등을 분석하면서, 서방 정치가들과 언론에 의해 `발칸전쟁'의 실상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낱낱이 보여주고 있으며, 에드워드 사이드는 “미국의 위선을 벗겨내는데 실패하면 지식인들의 도덕적 파산만이 남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도주의의 이름으로 벌어진 야만 `발칸전쟁'. 진정 그것이 미국과 나토의 세계지배 전략의 결과라면 전쟁은 아직 끝났다고 말할수 없으며, 끔찍하지만 제2, 제3의 코소보는 언제 어디서든 나올수 있는 일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입력시간 2000/11/07 18:1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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