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10월 28일] 돈에 애국심을 불어넣어라
이용택 생활산업부장 ytlee@sed.co.kr
시장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적이 있었다. 지난 1979년의 일이다. 그것도 세계 굴지의 경제 잡지에서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잡지인 비즈니스위크는 1979년 커버스토리에 ‘주식의 죽음(The Death of Equities)’이라는 커다란 제목을 달았다. 당시 주식시장 분위기가 흉흉했던 만큼 이 기사는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화제를 불러왔다. 1964년 말 874포인트였던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15년 동안 한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약세장이 이어지자 비즈니스위크는 이 같은 과감한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몇 년 뒤 이 기사는 비즈니스위크에 망신살로 다가온다. 1982년부터 강세장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강세장은 이후 2000년까지 18년 동안 이어진다.
2000년대 초에는 신경제에 대해 비슷한 선고가 내려졌다. 닷컴으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허망하게 무너질 때다. 한때 미래를 이끌 희망으로 믿었지만 단지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닷컴기업과 신경제는 이후 여전히 옛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지만 아직 숨을 거두지는 않았다. 시장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시장은 죽은 것 같으면서도 죽지않고 반등을 노린다.
지금 우리 증시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여기저기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이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두렵고 무섭다. 이런 심리는 소비시장까지 얼어붙게 했다. 소매점ㆍ대형마트는 물론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백화점마저도 매출둔화세가 완연하고 음식점의 폐업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연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코스피지수 1,000포인트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거나 펀드를 환매해 몇 푼이라도 건지는 게 나은 것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달러라도 사재기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당장 현실만 보면 맞는 처신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는 또 다른 악순환을 부르는 길이고 그 악순환의 칼이 내 목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과 실물경제가 더 악화되면 기업들은 곧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의 칼을 꺼낼 게 뻔하다. 그 파장에서 나는 비켜갈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최선의 방법은 힘들어도 참고 버티는 것이다. 환매를 자제하고 주식투매를 줄여 가능한 시장의 흔들림을 막아야 한다. 안 그래도 극복하기 힘든 외풍이다. 외국인 매도에 동참하면 해결책도 더 어려워진다.
물론 피땀어린 돈이 그냥 날아가는 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석래 전경련회장은 “돈은 겁쟁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애국심이 없는 돈에 애국심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부와 지도자의 몫이다. 날밤을 새워서라도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뼈와 살을 깎는 자세를 보이고 읍소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시스템을 찾아 정화해야 한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과 같은 모럴해저드와 낙하산 인사,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또 다른 착복을 하는 추태를 보이면 돈은 도망간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20세기 미국 증시에 3번의 약세장과 3번의 강세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3번의 약세장은 1901~1921, 1929~1949, 1965~1982년이고 강세장은 1921~1929, 1945~1965, 1982~2000년이다. 이 중 3번의 약세장 가운데 가장 짧았던 기간은 1965년부터 82년까지 17년이다. 다행히 21세기는 시간이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그 기간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첨언이다.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는 지금 우리에게 달려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