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교협상 라인을 대폭 강화한 인사를 단행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28일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내각 부총리로,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외무성 제1부상으로, 6자회담 북한 측 차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참사를 외무성 부상으로 각각 승진시키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대미 외교라인을 모두 승진시킨 것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기반을 다지고 미국과의 핵협상 등을 통해 고립국면과 경제난 돌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부총리로 승진한 강석주는 1차 핵위기 때인 지난 1994년 북미 양자협상을 통해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끌어낸 대미협상통이다. 김계관과 리용호는 강석주를 보좌한 핵심인물이다. 강석주가 내각 부총리로 대미 외교라인을 이끌게 됨에 따라 6자회담 재개와 미국과의 양자협상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우리와의 관계에서도 대승호 선원 석방, 남한이 제공한 수해물자 수용, 이산가족 상봉 및 군사실무회담 제의 등 잇달아 평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위한 사전포석일 뿐 진정성이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문제 해결을 우선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관계개선 후 대화에 나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평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 등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놓고 변죽만 울리는 수법으로 난국을 돌파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당 대표자회 이후 북한의 평화공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이유로 대북정책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부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 요구가 애도 수준으로 낮춰졌다는 외신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치고 빠지는 전략을 되풀이해왔고 그때마다 정부는 강경대응을 천명했으나 흐지부지돼 북한의 도발을 부르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 평화 제스처는 개별사안으로 처리하면 된다. 비핵화는 물론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 남북관계 개선 우선이라는 대북정책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