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월드컵을 세계인의 축제로

제17회 월드컵이 개막됐다. 31일 서울에서 프랑스-세네갈간 개막전으로 1개월에 걸친 세계인의 축구 잔치가 시작된 것이다.일본이 월드컵 유치 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그로부터 11년. 생각하면 긴 시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수 차례 우여곡절을 거치고 한-일 2개국 공동주최로 아시아에 있어 최초의 월드컵 개최를 이뤄낸 것은 솔직히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이번 월드컵 축제를 세계인의 가슴속에 깊이 남는 축제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주역은 물론 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이다. 축구는 '세계의 공통 언어'라고들 말한다. 규칙이 단순해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축구는 지극히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경기라고도 말한다. 축구를 다부족 통합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예를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등 정치와도 관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북미하면 '롱 킥' 남미하면 '다리 기술' 등 축구는 지역별 문화 차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축구는 세계인의 보편성과 각국의 개성이 융합된 경기다.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를 결합한 글로컬(Glocal)이란 말이 있는 데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말인 듯 하다. 타국 팀에 이적한 선수가 일본팀 국가 대표로 나서는 등 글로벌한 선수들도 늘고 있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 결승전 진출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번 일본 국가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5세로 같은 조의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보다 2~3살 정도 어리다. 이들은 일본 축구 협회가 전국 곳곳에서 발굴한 선수들로 많은 국제전을 통해 경험을 쌓은 엘리트들이다. 또 이들은 일본의 축구 양성 시스템을 통해 해외 이적을 실현하는 등 일본에 선진 축구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대회 운영면에선 국제 공조체제를 이루면서 한 편으론 한-일 양국의 독자적인 운영 또한 요구된다. 갈등의 역사를 끌어안고 있는 한-일 양국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대회 성공이라고 하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같이 매진하는 상황이 됐다. 각각 만전의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이번 공동 개최를 양국관계 개선의 첫 단계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대회 운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기장 난동자들을 막기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진행중이다. 경찰관 5만명이 동원된 경비체제도 갖추고 있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깨는 폭력은 어떻게 해서든 막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상업주의, 티켓을 둘러싼 혼란 등 아직 산적한 문제가 많다. 여하튼 '킥 오프(Kick Off)'다. 훌륭한 플레이를 즐기고, 열정이 넘치고, 품격이 있는 대회를 실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미우리신문 5월 30일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