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2002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 당 국민소득은 1만13달러로 1만달러를 돌파했다. 97년 IMF 금융위기로 국민소득이 곤두박질친 지 5년 만이다. 이처럼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다시 돌파한 것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등 경제성적표가 예상 보다 뛰어났던 것도 큰 힘이 됐지만 무엇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 환율 덕택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나라 1인 당 국민소득은 97년 1만375달러까지 올랐었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등 국민 모두 선진국 진입이 멀지 않았다며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는 등 흥청망청 하기도 했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선진국 진입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98년 1인 당 국민소득은 6,744달러까지 떨어졌다. 순식간에 소득의 3분의1이 날아가 버리자 국민들은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이 후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등 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국민소득은 서서히 높아졌다.99년 8,595달러, 2000년엔 9,777달러로 1만달러에 육박했다가 2001년 9,000달러로 잠시 주춤했으나 2002년에 드디어 1만달러를 돌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점차 국민소득이 옛 수준을 되찾아 가자 97년처럼 사치품 수입이 늘고 일부 부유층은 호화해외여행에 나서고 있다. IMF 금융위기는 먼 과거 일처럼 잊어져 가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재돌파는 원화강세의 환율놀음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나마 한 순간의 환상으로 끝났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원화는 약세로 돌아서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인 당 국민소득은 원화로 1천253만원이었다. 이를 21일 현재의 환율 1,246원으로 계산하면 1만달러 선이 이미 무너졌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다시 들어섰다고 기뻐하기는 너무 이르다.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사정이 너무 나쁘다. 안으로는 북한 핵 문제,`SK쇼크`,카드부채,소비위축 등이 경제를 압박하고 있고 밖으로는 이라크전쟁 등으로 한치 앞으로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와 같은 6.3%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하는 것은 이미 강 건너갔고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수출도 금년엔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는다고 해도 주거비 및 물가 상승율 등을 감안하면 생활의 질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1만달러시대를 지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만달러시대를 빨리 열어야 하겠지만 숫자놀음에 취해 분에 넘치는 생활은 자제해야 한다. 안팎의 경제사정을 고려하고 건전한 소비생활과 함께 밝고 투명한 신용사회 건설에 앞장서면 국민소득 1만달러는 물론 2만달러 시대도 그만큼 빨리 올 것이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