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일 '평양선언'과 우리의 과제

'정치적 도박'에 나섰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小泉) 일본총리의 북ㆍ일 정상회담은 일단 '판'을 짜는 데 성공했다. 10월부터 국교정상화회담 재개, 일본인 납치 사과와 재발방지 다짐, 핵사찰 수용 등 주요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이미지 개선과 경제개혁 지원확보를 노린 김위원장과 인기만회를 노린 고이즈미 총리의 '배팅'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남북ㆍ북미관계와 동북아 안보정세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을 담은 '평양선언'은 파격적이라고 할만큼 북한이 많은 양보를 했다. 일본측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일본인 납치에 대해 김위원장은 "특수기관의 망동주의와 영웅주의 탓이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했다. 납치사건은 그 동안 날조라고 반발했던 점을 떠올리면 놀랄 정도다. 기타문제에서도 경협을 대가로 많은 양보를 했다. 그만큼 경제문제 등 북한이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김위원장의 사과와 양보을 바라보는 우리국민의 심사는 아주 착잡하다. 북한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남한을 상대로 아웅산사건, 1ㆍ21사태 등 수많은 테러를 저지르고도 사과는커녕 이를 거의 인정 조차 하지 않았다. 북ㆍ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만행으로 확인된 KAL기 폭파사건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진정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 한다면 늦었더라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태도표명이 있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와 동북아 평화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건너야 할 강이 너무 많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사건을 시인하고 사과함으로써 스스로 테러국가 임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때를 맞추기라도 한 듯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납치문제로 악화되고 있는 일본여론도 큰 부담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이번에 합의한 핵사찰 수용과 미사일 발사 연기 등의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이란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은 남북한 관계에서 합의하고도 실천하지 않은 예가 너무 많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의선 경원선 철도연결 등을 반신반의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성실한 이행'만이 테러 국가란 이미지개선도, 경제개혁도 가능하다.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로 경제불황을 탈출하려는 욕심에서 조급하게 성과를 올리려 해서는 안 된다. 경협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직결된다는 넓은 관점에서 한ㆍ미ㆍ일간의 공조체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공조체제를 통한 역할분담은 북한처럼 불확실한 상대와 대화할 때 일수록 중요하다. 정부도 3국 공조체제를 축으로 북ㆍ일간의 대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경제개혁에서 우리의 역할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를 소홀히 하다가는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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