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른바 ‘불황형 (무역)흑자’가 우리 경제에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지만 “다른 때라면 4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에 춤이라도 춰야 할 상황이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처럼 5개월 연속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이는 수출 추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3월 수출입 동향 역시 이를 잘 나타내 준다. 긍정과 불안의 시그널은 혼재한다. 하루 평균 수출액이 1월에 9억9,000만원까지 떨어지더니 2월부터는 증가세로 반전됐다는 점이 긍정의 신호다. 2월에는 1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3월에는 11억8,000만달러로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수출은 여전히 20% 이상의 감소세이지만 일별 수출액이 늘어나면서 “수출이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라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내놓는 목소리도 있다. 또 경쟁국가에 비해 수출감소세가 낮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일본의 경우 1월 수출이 -45.7%, 2월에는 -46.5%를 기록했다. 대만은 1월 44.1%, 2월 28.6%를 나타냈다. 중국 역시 1월 -17.5%, 2월 -25.7%를 기록했다. 이동근 무역투자실장은 “원화 기준으로 보면 3월 수출은 16.9% 증가했다”며 “환율 상승으로 수출 가격이 낮아져서 그렇지 수출 물량은 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의 시그널 역시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수출이 5개월 연속 두자릿수의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13대 주력품목 가운데 선박류가 61%의 증가세를 보였을 뿐 나머지 컴퓨터(-50%), 석유제품(-48%), 자동차(-46%), 반도체(-38%) 등 11개 품목이 두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더구나 올해 1ㆍ4분기 국내 유력 조선사의 선박 신규 수주량은 3척에 불과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지난달 1~20일 기준으로 일본(-29.8%), 아세안(-27.1%), 미국(-24.0%), 중국(-17.2%), EU(-16.9%) 등 주요 국으로 수출 역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이 실장은 “수출은 오는 3ㆍ4분기까지 -20% 내외를 기록하고 4ㆍ4분기에 상대적으로 수출이 잘돼 연간 전망으로는 지난해 동기비 -5%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