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시험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공무원에 대해서도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한기택 부장판사)는 4일 법원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승진시험을 앞두고 유서를 남긴 채 열차에 투신해 자살한 A(사망당시 42세)씨의 유족들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해 유족보상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법원사무관 승진시험을 앞두고 심리적 부담감으로 불안신경증, 불면증 등 증세가 발병했고 평소 과로와 착오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업무 특수성 등으로 증세가 악화됐다”며 “승진시험 준비를 통해 업무능력을높일 수 있으므로 시험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불안신경증이 발병해 악화됐고, 우울증까지 나타나 자살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 정상적 인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이므로 사망과 공무 사이에 깊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승진시험을 앞둔 2000년 2월 불안신경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 정신과에서 약물치료 등을 받았으나 이후 과중한 업무부담 등으로 증세가 악화됐으며 재작년 12월 출근길에 유서를 남기고 열차에 뛰어들어 숨졌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