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제품… 밀어내기 수출도 한계

쌓이는 제품… 밀어내기 수출도 한계 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ㆍ자동차ㆍ가전ㆍ유화ㆍ섬유 등의 주요 업체들은 대부분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감산에 들어가거나 밀어내기 수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섬유 등 일부업종은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태에서 수출도 여의치 않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철강=포항제철은 최근 적정 재고량(10~12일분)보다 1~2일치 더 많은 물량이 창고에 입고돼 있다. 평상시보다 약 5만~10만톤 더 많은 65만~70만톤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 포항제철은 수출 물량을 조기에 선적한다는 방침아래 수출 상사들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가격 인하 및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적극적인 수출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감산 등을 실시하지 않고 수출 확대를 통해 재고를 처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제철은 아예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보수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현재 총 6개 압연공장 가운데 인천과 포항공장의 제2 압연공장을 제외하고 일시적인 가동 중단과 함께 공장 보수를 실시중이다. 특히 노후된 포항 1공장은 지난 12일부터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가 내년 1월초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수출을 대폭 늘릴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보통 생산량의 15~20% 정도의 물량을 수출하는 이 회사는 이달안에 1만톤 정도를 수출하는 등 연말ㆍ연초의 수출 비중을 25~30%까지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동부제강도 연간 130만톤 규모의 아산만 냉연공장의 재고 증가로 저장창고가 꽉 차 있다. 올 하반기부터 재고가 늘어나 10만톤 규모의 자동저장 창고의 물량이 넘쳐 야적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동국제강도 현재 수출을 통해 재고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성과가 미진할 경우 내년 1월부터는 공장보수를 위한 감산도 고려하고 있다. 한보철강은 연 100만톤 규모의 봉강공장을 가동중이나 이달들어 생산량을 조금 줄이면서 국내 건설경기의 악화로 부분적인 가동중단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 밖에 환영철강, 한국철강, ㈜한보 등 철근업체들도 최근 공장 가동일수를 20일안팎으로 제한하며 감산에 들어갔다. ◇자동차=내수판매는 지난 8월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7월 14만7,800여대로 연중 최고 수준을 보였으나 8월 12만6,400대로 떨어진 후 계속 줄어 11월에는 10만7,500대선으로 급감했다.12월중에도 내수부진이 이어져 10만대선을 겨우 턱걸이 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들어 11월까지 총 내수판매는 132만6,200여대로 전년동기에 비해 14.9% 늘었으나 이는 상반기중 경기회복으로 판매가 몰렸기 때문이다. 수출(KD제외) 역시 11월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월(17만3,600대)까지는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11월에는 전달보다 12.7%나 줄어든 15만1,600대를 기록했다. 수출도 상반기 호조에 힘입어 1~11월까지는 153만9,180대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2.2% 증가했다. 대우차의 생산차질에도 불구하고 내수판매가 부진, 자동차업계의 재고는 현대 2만9,000대, 기아 2만3,000대 등 모두 6만5,000대다. 이는 업계에서 보는 적정 재고 5만5,000대보다 1만대 정도 많다. 10월이후 내수판매 둔화에 따른 결과. 대우는 내년 생산을 56만대로 크게 줄였으며 다른 차업체들도 생산감축과 수출확대, 다양한 할인 및 할부제도로 재고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는 고객 맞춤식 할부제, 기아는 내맘대로 할부(마이너스 통장식 할부제), 대우는 7-예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할부제를 실시하며 재고 줄이기에 나섰다. ◇가전=TVㆍ냉장고 등 가전의 경우 다른 소비재보다 내수 위축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 당장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내구재라 소비자들이 구매를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전은 주가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최근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타격이 더 심하다. 삼성전자 마케팅팀은 "12월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15% 정도 떨어졌고, 성수기인 5월에 비해서는 거의 절반 수준이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냉장고 부문만 '김치독 냉장고' 특수 탓에 조금 늘었을 뿐 전제품의 판매가 감소했다.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저가제품을 찾는 것도 최근 추세다. 예를들어 소비자들이 일반 브라운관 TV를 구입하는 바람에 고급형인 완전평면 TV시장의 성장세가 최근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장 대리점들의 체감 지수는 훨씬 더 심각하다. 테에란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오종희씨는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최근 '벤처대란설'이 돌면서 기업들이 컴퓨터ㆍ팩스 등 사무실 비품까지도 구매를 취소하는 바람에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유화=범용 합성수지로 포장재와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 에틸렌(HDPE)은 수요보다 10~20% 정도 재고가 쌓여 있다. 이 제품은 지난 봄 중국과 마늘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생산량중 절반이 중국에 수출됐으나 연초부터 외부 요건 악화로 소화가 어려웠다. 지난 10월부터 호남석유화학, 현대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 대한유화 등이 감산에 들어갔다. 재고를 15% 정도 줄인다는 목표다. ◇섬유=스판덱스, 폴리에스터 원사는 공급과잉 규모가 20%에 이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재고 누적 정도가 심하고 해소 방법도 신통한 것이 없다. 중국시장 역시 신규 설비가 들어서면서 수출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한때 섬유업종의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나 국내에서 효성, 태광산업이 증산 경쟁에 나서면서 범용 스판덱스에서 공급이 급증했다. 폴리에스터 원사의 경우 14개 화섬업체가 대부분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휴비스 같은 사업 통합이나 자연적인 기업 퇴출이 없는 한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재고누적에 대한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