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核해법 제안 모른다"

`유엔 압박 회피 술책' 평가 절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핵 사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안했다는 이란의 발표에 대해 미국 정부는 8일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의 프레드 존스 대변인은 "우리는 그같은 서한을 전혀알지 못한다"고 말해 이란측 서한을 전달받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존스 대변인은 또 서한과는 관계없이 "우리 입장과 국제사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란은 모든 농축 및 재처리 활동을 포기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콧 매클렐런 국무부 대변인도 "그에 대한 보도만 봤을 뿐"이라며 "그런 편지를 받았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사실 확인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이란인들은 늘 누군가 그들에게 압박을 가하지 직전에 대화에 관심을 보이다가 압박이 좀 완화되면 핵무기 추구로 되돌아간다"며 이는 놀랄게 없는 술책이라고 일축했다. 존 니그로폰테 미 국가정보국장 역시 서한을 보지는 못했지만 유엔이 이란 제재결의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시점에 편지가 발송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는 "어떤 식으로든 유엔 논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계 전문가들도 이란의 편지 발송을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표결을 저해하려는전술로 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란 내부 권력 투쟁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 전문가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불과 2주전 미국과 대화할 필요성이 없다고 공언하다 갑자기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이같은 조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앞서 골람-후세인 엘람 이란 정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이익대표부역할을 수행 중인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란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27년 만의 일로 이 서한은 8일 스위스 대사관에 전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란 핵문제 관련 협상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개국을 통해서 할 일이며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이라크 무장세력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잘메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대사가 이란측과 협상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그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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