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퇴출 발표 후유증 '몸살'
정리대상 기업 항의ㆍ시위 잇따라 업무에 큰 차질
`11ㆍ3 기업퇴출' 이후 정리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의 항의와 시위사태로 은행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정상이나 회생가능으로 분류된 몇몇 기업들도 주채권은행이 명확하게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정리대상“으로 오인받고 있다며 잇따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채권단에 의해 청산대상으로 지목된 피어리스는 200여명의 전직원들이 4일 오전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으로 몰려가 피켓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한빛은행은 경찰병력 요청과 함께 영업점으로 연결되는 정문을 급히 폐쇄하고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등 업무에 큰 차질을 빚었다.
피어리스는 이날 `한빛은행의 부당한 청산결정에 대한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무시한 채 채권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논리 하나만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단 한차례의 기회도 주지 않고 공중분해 시켰다”고 주장했다.
동아건설, 대한통운, 우방, 일성건설, 진로종합유통등 5개사를 정리대상에 포함시킨 서울은행도 법원이 우성건설과 일성건설에 대해 “법원 고유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즉시 반박하고 나서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울은행은 특히 동아건설 워크아웃 중단여파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통운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데다 일성ㆍ우성건설등도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칫 법정공방 사태까지 맞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리대상이 해우 한곳밖에 없는 조흥은행은 엉뚱하게도 정상기업 또는 회생가능으로 분류된 쌍용그룹 계열사들이 정리대상으로 오인받아 곤욕을 치렀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쌍용건설과 남광토건의 경우 쌍용양회와는 아무런 지급보증도 얽혀있지 않는 전혀 별개의 회사인데 쌍용양회와 한묶음으로 `기타업체'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언론에서 이 부분을 명확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조흥은행은 이밖에도 쌍용정보통신 및 쌍용정공이 매각을 통한 정리대상인 것으로 한때 알려지자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밖에 다른 은행들도 정리대상 업체 중 상당수로부터 `퇴출기준이 무엇이냐', `주채권은행으로서 한 일이 뭐냐'는등의 항의전화가 빗발쳐 여신관련 부서 직원들과 임원들은 대부분 주말까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관리부 간부는 “집주소가 어디냐, 밤길을 조심하라는등의 협박성 전화도 잇따라 걸려와 가족들에게 문단속을 철저히 하라고 일러뒀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입력시간 2000/11/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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