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희토류(稀土類) 수출량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이 올해 수출을 지난해보다 40%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일본 산업계가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물량 확보를 위해 즉각 중국과의 협상에 나서기로 했으나 중국이 일본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로 보여 양국간 신 무역전쟁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0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희토류 가운데 모터용 영구자석을 만드는 네오디뮴은 한 주 동안 20.5%, 한 달 전에 비해 53.4% 폭등하는 등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정책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시히신문은 "산업계가 패닉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컴퓨터, 휴대폰, 액정표시장치, 풍력터빈, 하이브리드자동차 등에 첨단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소재여서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의 일본 수출 제한은 차세대 신 산업을 육성에 집중하는 중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진국 견제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첨단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수출 제한에 매우 취약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희토류 1위 수입국으로 전세계 희토류의 20% 가까이를 소비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의 간판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에는 약 1㎏의 네오디뮴이 들어간다. 또 배터리 소재인 란타늄이 10~15㎏이 필요하다.
파장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나오시마 마사유키(直嶋正行) 경제산업상은 오는 28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중국 정부에 희토류의 수출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에는 경제 산업성 정무관을 보내 중국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중국 상무부는 올해 희토류 수출량은 3만258톤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수출량(5만145톤)보다 40% 줄어든 것이다. 특히 올 하반기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72%가 줄어들어 9,976톤에 불과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제한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로 "채굴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들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격을 높이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 업체인 바오강 희토류기술과 장시동업이 같은 가격을 매기기로 합의한 것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청와대에서 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자원개발과 통상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청와대가 20일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만찬을 함께 하며 리튬 등 광물자원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투자 진출을 위한 볼리비아 정부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국 정부간에는 리튬 개발 합의서에 포함될 기술협력 수준과 개발 참여 범위를 놓고 최종 문구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