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 정치자금 조성을”

정치권에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조성하자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통합신당은 최근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로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정부 내각에서 경제팀을 이끌었던 진념 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현직시절 이 같은 입장에 의견을 같이 했다. 정치권은 법인세 1% 정치자금 조성의 근거로 정치자금 투명화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은 “정치인은 모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나 현행 법에 따라 후원회를 운영해보면 대부분 큰 돈은 사업하는 사람으로부터 들어와 사업자편에서 정책을 입안할 수밖에 없는 유혹에 빠진다”며 법인세 1% 또는 개인 소득세 1만원 이하의 정치자금 조성 필요성을 주장했다. 오 의원은 이어 “대신 일체의 기업 준조세 성격의 정치자금을 없애고 후원회를 폐지하거나 후원회 모금한도를 대폭 축소, 철저히 소액다수의 후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도 “지금처럼 어지러운 정치자금 비리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1% 정치자금 조성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해 시기상조로 생각되지만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당장은 정치인 스스로 자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되찾아야 하고 단일계좌 사용 및 수표ㆍ카드 납부 의무화 등 정치자금 입ㆍ출금의 투명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결코 대다수 국민에 봉사할 수 정치를 할 수 없다”며 “우선 고비용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완전한 선거공영제 정착과 함께 법인세 1% 정치자금 활용 등 투명한 정치자금 조성 방안을 마련하되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모금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은 그동안 대선ㆍ총선을 치를 때마다 거대한 정치자금을 모으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거나 총선이 끝나면 정치적 편의에 따라 부당한 정치자금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활동이 이뤄져 정치혼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정치권이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집중해 신뢰받는 정치를 하고 경쟁이 치열한 국제무대에서 앞만 보고 달려도 모자라는 기업을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굴레에서 풀어주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인세 1%의 정치자금 조성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인세 수입이 최근 급증한 것도 법인세 1%의 정치자금 조성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법인세 예산은 24조1,915억원으로 지난해 실적보다 25.7%나 늘려 잡았다. 특히 상반기 법인세 수입은 13조5,3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조1,712억원보다 4조3,660억원인 47.6%나 급증했다. 물론 법인세의 정치자금 조성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정이 필요하다. 정치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이 크고 전경련 등 재계의 반발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정치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등의 손질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9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국고보조 정치자금과 별도로 법인세 연간 납세액 3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납세액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하도록 하되 해당 법인은 어떤 형태의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방향을 제시했으나 재계 등의 반대로 입법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고보조 정치자금은 대선과 4대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경상보조금 267억원과 선거보조금 871억원 등 총1,138억원이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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