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질주 본능이 지축을 뒤흔든다. 인류는 수렵을 생존의 기반으로 삼던 시절부터 사냥감보다 빠르게 질주하려는 속도 극복의 꿈을 간직했다. 인간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속도의 쾌락을 만끽할 수 있는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그랑프리가 전남 영암에서 막을 올린다. 22일 연습 주행을 시작으로 사흘간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펼쳐지는 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세계 최고의 레이서들이 속도 전쟁을 펼친다. ◇100억원 넘는 괴물 자동차=F1 경주용차는 자동차(motor)가 아닌 '머신(machine)'으로 불린다. 경주용차는 차체 무게와 타이어 크기, 연료 탱크의 용량 등 세세한 부분이 모두 규정돼 있다. 포뮬러(Formulaㆍ공식)라는 대회 명칭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 엔진 배기량은 2,400㏄로 중형차 수준이지만 출력은 750마력으로 같은 배기량 승용차의 4배에 달한다. 직선구간의 최고 시속은 350㎞나 된다. 금속 덩어리에 투입된 금액은 100억원을 넘는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1000분의1초를 단축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망설임 없이 쏟아붓는다. 차량 핵심 장치 규정으로 묶여 있어 주로 공기 역학적 구조, 노면 충격에 대응하는 부품 개발에 집중한다. ◇슈마허, 알론소… 세계적인 스타=괴물을 조종하는 F1 드라이버는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F1드라이버의 평균 연봉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를 자랑한다. 오직 24명의 선수만 자격을 획득해 출전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470만유로(약 73억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평균연봉 270만달러(약 30억원)의 2배가 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의 평균 연봉인 146만파운드(약 25억원)의 3배에 이른다. 이번 코리아 그랑프리에서는 드라이버 선두 마크 웨버(호주ㆍ레드불)와 2위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ㆍ페라리), 3위 세바스티안 베텔(독일ㆍ레드불)을 눈여겨보면 된다. F1은 올해 19개 대회를 치르며 '최고의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팀)'를 뽑는다. 현재 일본 그랑프리까지 16개 대회를 치렀고 웨버가 220점을 획득해 선두에 올라 있다. 2위는 알론소, 3위는 베텔(이상 206점)이다. 각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에게 랭킹 포인트 25점을 주고 2위부터 10위까지 18-15-12-10-8-6-2-1점을 준다. 만약 알론소 혹은 베텔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 선두가 뒤바뀌게 된다. 컨스트럭터 부문은 레드불이 선두를 달리고 맥라렌, 페라리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은퇴했다가 올해 복귀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독일ㆍ메르세데스)의 레이싱도 눈길을 끈다. ◇코리아 서킷, 직선 주로가 승부처=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18개 코너로 구성돼 있다. 레이스는 총 5.615㎞ 거리를 55바퀴 돌며 승부를 가린다. 모나코ㆍ일본 등 다른 그랑프리 서킷과 비교하면 코리아 서킷은 초반 직선 구간이 두드러진다. 출발선을 지나면 1.2㎞의 직선 주로가 펼쳐진다. 선수들은 이 구간에서 시속 30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어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회는 22일 연습주행, 오는 23일 예선을 거쳐 24일 결선 레이스가 진행된다. 예선은 서킷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린 기록을 측정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펼쳐지며 이 기록으로 결선 레이스의 출발 위치가 결정된다.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드라이버는 결선 레이스에서 맨 앞에 서는 혜택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