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은행들이 오는 2011년까지 모두 1,950억유로에 달하는 부실 채권을 탕감해 줘야 할 것이라고 31일 경고했다.
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유로존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재정 위기로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물론 금리 상승 여파로 유로존 은행들이 내년 말까지 추가로 1,950억유로의 부실 채권을 대손상각 처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ECB 부총재는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 건전성 확보가 장기적으로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당장은 경제에 충격을 던져줄 것이라는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CB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 말까지 유로존 은행의 부실채권 탕감 규모가 5,15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제시된 추정치(5,530억 유로)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부실채권 탕감 규모가 당초 예상치보다 줄어든 반면 앞으로의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탕감된 부실채권 및 대손충당금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추가로 900억 유로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데 이어 2011에는 1,050억유로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CB는 유로존 금융시장이 회복 과정을 밟고 있지만 재정위기는 금융시스템 등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대표적인 게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t)로 정부의 채권 발행이 민간 부문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의 차입 금리는 정부의 국채 발행 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채 발행 금리가 올라가면 민간 부문의 자금조달 비용도 당연히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도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ECB가 유로존의 재정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3일 유로 국채 직접 매입하기 시작한 후 지난 주말 현재까지 모두 350억유로의 국채를 사들였다. 이는 전주의 265억유로에서 85억 유로나 늘어난 것이다. ECB는 어떤 유로 국채를 매입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재정 위기가 심각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 재정 통합관리 기구 설립 '급물살'
ECB총재-佛대통령 필요성 촉구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의 재정동맹 결성을 촉구함에 유로존 차원에서 재정상황을 통합 관리하는 기구 설립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트리셰는 지난 달 31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 유로존 회원국 정부의 재정상황을 통합ㆍ관리하는 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의 근간인 '감독 기구 설립'이 그 동안 간과됐다"며 "기존 조약을 손 볼 필요는 없지만 재정동맹을 위한 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재정동맹 주장에 가세했다. 르몽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로국 정상 등이 참여하는 '경제 정부' 사무국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새로 만들어진 사무국이 '유로국 정상포럼 형태'로 운영되며 유로국 재정을 확인하고 ECB 총재를 선임하는 기능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U의 재정동맹체결 주장은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달 11일 유로존 회원국들간의 단기적 재정 이전(short-term fiscal transfer)도입을 골자로 한 재정공동 관리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지난 달 12일 "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적용을 강화한다"며 회원국이 자국 의회에 예산을 제출하기 전에 집행위가 이를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