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해외 브라우저 개발사와 국내 업체 독점 사용계약을 맺어 불공정 거래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러한 계약은 자칫 한국 휴대폰 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노르웨이 브라우저 업체인 오페라와 휴대폰용 인터넷 브라우저인 ‘오페라 모바일’ 사용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다른 제조사와는 계약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페라는 국내 다른 제조사들의 요청에 대해 ‘삼성전자와의 계약 때문에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페라는 ‘오페라 모바일’ 탑재 휴대폰이 전세계에 1억대 이상 출시될 정도로 모바일 풀 브라우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다. 이에 따라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들이 오페라의 브라우저를 자사 휴대폰에 경쟁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사의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과의 판매를 금지하는 배타적 거래의 경우 그 중요도와 대체재가 있는지 여부가 불공정거래인지를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현재 해외 주요 사업자들은 오페라 브라우저를 일종의 규격처럼 여기며 휴대폰 제조사에 오페라 모바일을 장착해 줄 것을 요구할 정도다. 오페라 브라우저의 경우 애플의 사파리, 일본의 액세스 등의 경쟁 브라우저가 있긴 하지만 품질과 사용도면에서 떨어져 사실상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네트워크의 발달로 휴대폰으로 PC와 같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풀브라우징’ 서비스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휴대폰 배경화면을 만드는 ‘모바일 위젯’이 활성화되면서 브라우저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 대부분이 오페라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국내 휴대폰 업체 중 삼성전자만이 이를 쓴다면 국가 산업 전체적으로도 손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다른 휴대폰 업체들은 공정위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오페라 모두가 제한적 독점으로 인해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관례로 볼 때 최종 판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어서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 브라우저를 탑재한 휴대폰을 개발하는 데 9~10개월, 스마트폰은 2~3개월씩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공정위 판결이 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도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업체답게 한국업체 독점 계약을 해제하는 의젓함을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측은 이에 대해 “세부적인 계약 내역은 계약 조건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