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10월 8일] EU 의회, 한국과의 FTA 비준 서둘러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6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다. 규모와 상징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빅딜'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양자 간 무역규모는 743억달러에 달했다. 지금까지 특혜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의 무역규모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오직 미국ㆍ호주 간의 FTA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보호주의 무역의 기류가 높아지는 상황 가운데 협정이 체결됐다는 점에서 이번 FTA 서명이 더 가치가 있다. 협상이 발효되려면 유럽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유럽의회의원들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번 협정에 따르면 3년 안에 유럽산 제품의 96%, 한국산 제품의 99%가 비관세 혜택을 받게 되는데 이에 따라 유럽 기업들은 190억달러, 한국 기업들은 130억달러에 달하는 이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이번 협정으로 유럽 대륙에 한국산 차들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유럽 운전자들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이탈리아 자동차업체들에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FTA는 유럽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유럽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유무역을 선도한다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세계 생산의 4분의1을 담당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유럽은 자유무역 기조를 끌고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의 FTA 협정 서명은 EU가 추진하는 양자 간 무역협정에 새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유럽은 한국과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ㆍ인도ㆍ싱가포르ㆍ베트남등과도 FTA와 유사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번 경험으로 그동안 걸림돌이 돼왔던 인도 무역업자들을 협상장 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다. 한국과 FTA 체결이 바로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 인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란이 덜한 한국과의 FTA 체결도 실패한다면 더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FTA를 놓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U는 한국과 2007년부터 FTA 협정 체결을 모색해왔다. 리스본 조약으로 유럽 의회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FTA 협정 서명을 이뤄냈다. 그러나 사람들은 유럽의회가 유럽집행위원회보다 보호주의자들이나 브뤼셀의 로비스트들 의견을 더 경청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협정 비준이 무리 없이 이뤄진다면 유럽의회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