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톡옵션 무더기 취소

은행권에서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리 정해 놓은 경영 목표를 달성해야만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하도록 요건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하영구 행장을 포함한 임직원 73명에게 부여하기로 한 스톡옵션 가운데 지난해 분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이에 따라 하 행장은 163만주의 스톡옵션 가운데 20%인 32만6,000주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미국계 대주주인 칼라일은 지난 2001년 스톡옵션을 5년간 부여하면서 매년 대주주와 경영진이 협의해 주당순이익(EPS)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전체 부여 물량의 20%에 대해 옵션을 주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취소하도록 정해 놓았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철저히 경영 성과와 연동하는 미국식 스톡옵션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며 “스톡옵션을 처음 부여받았을 당시에는 대박이 터진 것처럼 비쳐졌지만 실제로 행사하기 위한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고 말했다. 조흥은행도 지난 2001년 당시 위성복 행장을 비롯한 임원 14명에게 부여했던 스톡옵션 66만4,000주 가운데 64만7,065주를 최근 무더기로 취소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경영 성과 지표로 스톡옵션 행사 수량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이사회 결의에 따른 조치”라며 “당시 경영 정상화 목표로 제시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과 부실 여신 비율이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민, 우리, 하나 등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경영 성과에 연동해 스톡옵션 행사를 취소하는 규정을 마련했거나 마련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은행권에서 스톡옵션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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