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2003년 2% 조금 넘게 성장하며 지지부진했지만 2004년에는 5%에 육박하는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내수 전망은 불투명하다.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과다부채로 시달리고 있고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금감면 조치와 공공지출 확대가 경제 상승에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 신뢰는 여전히 낮다.
수출은 다시 한번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ㆍ일본ㆍ중국에 대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며 국내 소득과 소비 확대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한국이 내년에 4% 성장을 넘어서려면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이 올해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야 한다. 다행히 미 경제는 내년에 호조세를 보일 것이다. 2004년 미 경제를 조망해 보자.
올해 미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라크전 종결, 세금감면, 저금리, 그리고 달러 하락이 호경기를 이끄는데 일조했다. 자동차와 주택관련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번 경기 회복기에서 처음으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 경기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기업 부문에서는 수요가 늘고 있고 생산성 증가가 두드러졌다. 또한 재무 상황이 호전됐고, 유동성이 개선됐다. 매출은 늘고 재정 압박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재고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것이며, 이에 따라 경제 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고용증가는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표다. 기업 투자가 경기 확장을 주도하겠지만 민간 소비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2004년 성장률은 잠재 성장치 3.5%를 훨씬 웃돌며 현재 5.9%인 실업률이 5.2%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경제 정책도 미 경제의 순풍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 워싱턴은 610억 달러의 세금감면을 단행했고, 내년에는 추가로 1,490억 달러의 세금감면이 예정돼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4년 말이나 2005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다. FRB는 확실한 인플레이션 조짐을 확인한 후에야 금리를 올릴 것이다.
주택과 자동차를 빼고 거의 모든 주요 부문이 내년에는 확장 국면을 탈 것이다. 노동시장 개선과 주가 및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로 인해 개인 소비가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도 소비자와 함께 경기 확장에 동참했다. 자본지출, 특히 첨단기술 투자가 두자리 수의 성장률로 증가할 것이다. 재고는 바닥 상태고 생산과 고용은 늘어나는 매출에 대응하기 위해 확대될 것이다. 약 달러에다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국방 부문이든 비 국방 부문이든 연방 지출은 경제 성장과 재정적자 확대를 이끌어 낼 것이다. 재정난에 처한 주들도 어느 정도 지출을 늘릴 전망이다. 결국 2004년 경제 성장률은 2003년과 비슷한 4.6%로 예상된다.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인플레 가능성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FRB는 언제 금리를 올릴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고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또한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가격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있다. 선거는 또 다른 변수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FRB가 확실한 금리 인상 요인이 없다면 인상을 좀처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에서는 2004년 중반을 금리 인상시기로 보고 있지만 2004년 말이나 2005년 초에 가야 금리인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할 것 같다.
투자자들은 늘어만 가는 연방 재정적자에 비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예산시행법(BEA)이 있어 행정부의 무절제한 지출을 통제했다. 불행하게도 BEA는 만기 종료됐고, 워싱턴은 적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국채 발행 물량 과다로 회사채 발행시장이 악화하는 크라우딩 아웃(구축)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2005년부터 금리가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FRB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주식시장의 파티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 몇 년 들어 시장이 금리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S&P 500지수는 금융지수가 시가총액 전체의 20%인 반면 순익은 29%를 차지하고 있다. GE 캐피털 같은 제조기업의 금융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금융지수 시가총액은 3분의 1 정도다. 여기다 주가수익배율(PER) 같은 기술 지표들이 경고사인을 보내고 있다. 결국 주식시장은 경제 펀더멘털과 기술지표 사이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될 전망이다. 장미빛 경제 전망을 감안할 때 펀더멘털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대선은 미 주식시장에 호재다. 그러나 2004년은 2003년 만큼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 동안 독자들의 성원과 관심 속에서 게재돼 왔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 미국 MIT대 교수의 칼럼을 마치고 이번 호부터는 미 굴지의 은행 웰스파고의 부행장 겸 수석 경제학자인 손성원 박사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지난 45년 서울에서 태어난 손박사는 62년 도미(渡美), 피츠버그 대학과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펜실베니아대 교수, 백악관 경제자문단 수석 경제학자, 노웨스트 은행 수석 경제학자 등 학계와 업계를 두루 거쳤으며 블룸버그 통신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전망 예측가 5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