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구상’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학계의 이 같은 반응에 미뤄 볼 때 노 대통령이 희망하는 공론화와 토론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거센 논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6일 “경기침체, 북핵문제, 아파트 가격 폭등 등의 산적한 문제를 두고 대통령이 지금 한가하게 연정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학계와 언론계 등에 연정을 화두로 던진 것과 관련, “여소야대는 민의의 결과로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잘 설득하며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지 연정으로 돌파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연정이란 게 내각제 하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집권당이 쓰는 수단”이라며 “대통령제 하에서 연정을 논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책임을 부여받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연정하고 대통령제를 같이 운영한다는 게 어려움이 있다”며 “연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정치문화 탓도 있지만 이런 제도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연립정부 수준의 연정을 상정할 경우 “연립정부가 실패했을 때 연정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진다는 문제가 있다”며 “여소야대는 우리 정치의 일반적인 상황이나 다름 없는 데 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정치엔 정체성이 틀린 정당끼리 연대할 경우 가능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책공조 정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에 대해 “대통령이 연정에 대해 고민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으로서는 입법과정에서 애를 먹으니까 연정 구상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당 안에서도, 정당 밖에서도 세력간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는 것이 정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연정에 준하는 사례가 DJP연합인데 굉장히 이상한 방식이었다”며 “80년대 이후 끊임없이 거국내각 이야기가 나오는 데 그것도 연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연정을 추진하느냐가 논란이 되는 것이지 연정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연정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정책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연정은 상대 정당의 핵심정책사안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그런 준비가 돼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민노당 당론인 무상교육ㆍ무상의료를 우리당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중요하고, 민주당의 경우 정책 차이는 크지 않지만 정치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한 준비가 돼있는 것인지,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연정론을 꺼낸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판단이 안 선다”며 “다만 좋은 정책을 가지고 있다면 정당들이 통합하든, 연합하든, 정책공조하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