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갤러리현대는 큰길로 난 쇼윈도를 '윈도우 갤러리'로 활용해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을 선보여 왔다. 사진은 윤정원의 설치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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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고재갤러리 '직관'전에 전시 중인 서지형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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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전문가들이 뽑은 차세대 유망작가들은 누구일까?
갤러리현대, 학고재갤러리 등 국내 메이저 화랑들이 불황을 극복하고 앞으로 미술 시장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을 모아 그룹전을 열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도 있지만 주로 30대 작가들이 주축을 이루며 파격적인 실험성과 함께 독창성을 구축하고 있다. 전통과 영향력 있는 화랑 전문가들이 선정한 작가들이라 아직은 중저가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옐로칩’으로 기대된다.
◇‘직관’으로 느끼고 판단하라=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유현경의 작품. 화사한 색감의 회화를 보며 “예쁘다”고 느낄 수도, 인체가 뒤엉킨 형상을 “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도발적 상상의 무의식을 강렬한 필치로 풀어낸 그림이다. 전시장 안쪽에서는 다양한 색상들이 자잘한 격자무늬로 배치돼 언뜻 ‘색맹검사지’처럼 보이는 문형민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는 일정 기간 발행된 특정잡지에서 자주 사용된 컬러ㆍ숫자ㆍ단어들을 색으로 치환해 추상화한 것이다. 가령 정치 성향의 잡지에는 파랑ㆍ검정이 유난히 많고 ‘플레이보이’지에는 분홍ㆍ살구색이 압도적이다. 런던에서 공부한 김잔디는 버려진 건물의 사진 위에 유화로 자라난 잡초ㆍ이끼 등 생명성과 귀소본능을 덧그렸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을 것만 같은 평면회화에서 독창성을 찾아낸 작가들의 열정이 엿보인다. 그런가 하면 박지현은 향으로 종이를 뚫어 전통화풍의 ‘구운몽’을 그렸고 김기철은 소리를 보여주고자 ‘스피커 작업’을 내놓았다. 류호열ㆍ한계륜의 미디어아트, 성상은의 설치작품 등 작가들이 ‘직관’으로 창작한 결과물을 보면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총 17명의 신작이 본관ㆍ신관에서 8월22일까지 전시된다. (02)739-4937
◇창문을 깨고 유망주를 만나라=갤러리현대는 큰길 쪽으로 난 쇼윈도 공간을 미술 실험실 격인 ‘윈도우 갤러리’로 운영해 왔다. 강남 신사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두 윈도우’전은 지난 한해 이곳에서 선보인 젊은 작가 28명을 한데 모은 연례 그룹전이다. 1층에는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의 독특하고 섬세한 감각이 눈길을 끈다. 김봄이 그린 ‘남산’은 아기자기한 화면에 도시의 역사가 담겨있다. 발빠른 애호가들 사이에 이미 인기작가로 이름이 난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 정해윤의 ‘아파트’도 볼 수 있다. 정씨의 작품은 표면이 반짝이는 석채(石彩)로 그린 서랍장ㆍ그릇 등이 현대주택과 조화를 이루며 박새ㆍ십장생ㆍ소나무ㆍ대나무 등의 요소가 그림 안에서 스토리텔링(서사성)을 만들어낸다. 장석준의 ‘오버 더 블루’는 밖에서 바라본 아파트 창문들을 촬영해 이어 붙인 다음 액자 틀에 넣은 것으로, 도시생활에 대한 풍자와 장식성을 겸비한 작품이다. 일상 속 의자, 커튼을 실과 끈 하나로 설치작품으로 바꿔놓은 장리라, 플라스틱 장난감과 용품으로 독특한 공간을 꾸민 윤정원의 실험성도 돋보인다. 이밖에 윤정미ㆍ문명기ㆍ서동욱ㆍ이호인ㆍ이승현ㆍ신선주ㆍ전채강ㆍ김아영 등 ‘이름값’을 구축해 가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8일까지. (02)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