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사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지난 10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상가를 찾아 대구 경북대 병원을 찾았다. 그는 이 곳에서 기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서울광장 개방을 둘러싼 공방 등 사회 현안에 대해 원로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윤 고문은 먼저 “광장에 나가는 젊은이들이 먼저 역사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가졌으며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 대항해 시대, 거슬러 올라가면 십자군 원정 때부터 수 백년이 걸려 경제 성장을 해왔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50년 이내에 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이 같은 산업 패권의 역사를 잘 돌이켜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이 자신이 살아온 짧은 역사만 생각하면서 사회 갈등만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며 “우리 산업발전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않느냐. 앞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젊은이들이 그려야 한다”고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시각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언론도 사회 갈등을 보도할 때 역사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고문은 삼성에서의 초년병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60년대 말 일본에 연수를 갔다. 당시만 해도 일본 전자기업과의 갭을 과연 좁힐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의 주역으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윤 고문은 “경영도 역사 공부가 안돼 있으면 못한다. 경영ㆍ경제의 바탕도 역사인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난해보다 약간 야윈 모습이었다. 그는 “CEO 퇴임 후 흡연량도 늘었고 혈관 질환도 생겼다”면서도 “최근 병원에 입원해 정밀 진단을 받았는데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간 동안 밝은 모습으로 기자들과 소주잔을 주고 받으며 시종 대화를 이끌고 나갔으며 서양 산업발전의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뽐내기도 했다. 윤 고문은 그러나 삼성 및 재계 관련한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것도 없고 언급할 입장도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1966년 삼성전자에 첫 발을 들여놓은 윤 고문은 200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 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하며 세계 일류 기업반열에 올려놓은 CEO다. 특검 후 인사 쇄신 때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넘기고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