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황영기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 "李후보, 기업환경은 확실하게 개선할것"성장동력 확충위해 인재육성·규제완화 필요금산분리 점진적 완화·서민경제 활력 부여中企 불공정거래 피해 차단할 대책도 준비 대담=황인선 부국장대우 정치부장 his@sed.co.kr 정리=홍재원기자 jwhong@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황영기(사진)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은 증권ㆍ금융 쪽에서는 알아주는 인물이다. 삼성그룹에서 일한 ‘삼성맨’으로 삼성증권 사장을 지냈으며 국내 최대 은행인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거쳤다. 그를 이명박(MB)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모셔’ 갔다. 그는 왜 MB 캠프로 갔으며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황 부위원장은 “기업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이 후보가 이를 잘 아는 만큼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기업 환경은 확실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내세운 연 7%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데 복안이 있습니까. ▦성장동력 확충 문제는 큰 이슈죠. 대한민국 747(7% 성장, 소득 4만달러, 7대강국) 구상의 핵심이어서 이 후보가 고민을 많이 했고 관련 공약이 많습니다. 일차적으로 교육 쪽에서 우수한 인재를 만들고 기업에 대해서도 연구개발(R&D)에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둘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죠. 대기업 쪽에는 규제완화를, 중소기업의 경우 불공정 거래를 시정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협력하면서 새로운 산업, 즉 성장동력을 만들어가자는 것이죠.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기업은 규제를 싫어하지만 각 규제마다 정당성은 있습니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어서 지나치게 나아가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죠. 다만 규제가 있더라도 투명성ㆍ명료성ㆍ일관성이 있기를 원하는 겁니다. 사업 구상을 할 때 성공할 확률과 그에 따른 수익률을 판단하죠.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사업하는 데 수반되는 위험(리스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죠. 도시개발 사업에 투자를 하는데 내년에 갑자기 용적률이 바뀔지 모른다면 어떻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어요. 이 후보는 특히 규제가 심한 건설업을 해봤기 때문에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하고 완화해야 하는지 잘 알 겁니다. -범여권의 문국현 후보도 유한킴벌리 사장 출신이지 않습니까. ▦그 기업과 이 후보가 맡았던 기업(현대건설)은 규모나 영향력, 국가공헌도 면에서 차이가 커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금산(금융과 산업) 분리 문제가 양당의 주요 정책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확히 말해야겠습니다. 이 후보는 “금산분리제도는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고 했지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정동영 후보는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경우는 7개뿐”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나라가 별로 없다는 것도 맞고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란 것도 맞습니다. 다만 대표적인 미국의 경우 산업자본의 금융소유가 아니라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를 막는 데서 금산분리 규제가 출발했고 이마저도 최근에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논쟁 자체에 별로 실익이 없는 듯합니다. -분명 다른 입장인 것은 맞지 않나요. ▦정 후보 말은 일면 맞지만 금융ㆍ산업을 법으로 분리해놓은 나라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막아놓고 보자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과 점진적으로 완화해놓고 폐해를 막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 중 어떤 게 좋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재벌에게 내일 당장 은행을 주자는 말도 아닌데 (정 후보 측처럼) 저렇게 나오면 합리적인 대화가 안되는 거죠. -경제인으로 활동하다가 정치권, 그것도 유력주자 대선 캠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변신해보니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던가요. ▦대선 캠프의 목표는 아주 간단합니다. 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목표를 실천하는 수단은 기업 쪽에 비해 다양하고 복잡해요. 이해 당사자가 많다는 게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정치란 가급적 많은 국민을 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아닌가요. 반면 기업은 시장과 경쟁 상대만 있으면 되죠. 상대방을 이기는 방법은 정치에 비해 비교적 단순 명료합니다. -MB캠프의 핵심 경제브레인으로서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국민 성공 시대, 실천하는 경제대통령, 대한민국 747, MB노믹스 등 이 후보의 경제철학, 경제에 대한 정책과 공약의 큰 틀은 이미 정리가 돼 있습니다. 경제특위는 이런 큰 틀 외에 중소기업ㆍ소상공인ㆍ영세자영업자ㆍ장애인ㆍ노인ㆍ청년실업자ㆍ신용불량자ㆍ여성 등 민생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 후보의 관심과 애정을 전달하는 정책 마케팅을 맡았습니다. -이 후보가 직접 주문한 것은 무엇입니까. ▦‘서민경제’였어요. ‘대기업은 (규제를) 풀어주고 잘 뛰게 하면 된다. 대기업 쪽은 국제 경쟁력이나 여러 면에서 잘하고 있으니 여건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하더군요. 대신 특위에 주문한 것은 중소기업ㆍ영세상공인 등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층을 돌아볼 수 있도록 나를 좀 끌고 다녀달라’는 것이 주문이었습니다. -금융ㆍ증권 전문가 출신으로서 최근 불거진 이 후보의 ‘BBK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 ▦솔직히 잘 몰라요.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그 시점이 지난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일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LK e뱅크에 투자해 금융 쪽도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일이 이렇게 번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후보의 당시 사회적 위치, 경제적 능력 등을 감안해 볼 때 주가조작을 해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돈을 벌려고 했다는 주장은 무리하게 느껴지는데요. -큰 정부, 작은 정부 논쟁이 참여정부 내내 계속됐는데 정부 조직의 규모를 줄이거나 통폐합할 구상이 있는지요. ▦나는 단연코 작은 정부 쪽입니다. 정부가 비대해지고 공무원 수가 많아지면 불필요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죠. 특히 각종 위원회 등은 기존 행정부나 장관을 무력화하는 해괴망측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각 부서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으면 부처 이기주의 탓에 다툼이 일어나므로 미국처럼 대부(큰 부서)체제로 가야 합니다. 정부가 갖고 있는 공기업도 그런 면에서 다 민영화하는 게 맞습니다. -주식시장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여건이 불투명해선지 진폭이 큰데 증시 전망을 어떻게 하시는지. ▦증권사 사장일 때도 주가 전망은 안했는데…넘어갑시다.(웃음) 조금 많이 올라간 것 같아요. 주변 여건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데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걱정은 좀 합니다. -정치 쪽으로 들어오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느 쪽입니까. ▦정치(선출직) 쪽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그런 것도 없어요. 우선 MB 대통령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거죠. 솔직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 이후에 내가 일을 하게 될지, 일을 하고 싶을지, 또 MB나 주변 핵심 참모들이 나를 필요하다고 여길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다만 전문경영인 출신이 유력 대선후보로 전면에 부상한다는 게 기업인들이 앞으로 정치 전면에 나서라는 시대적 요구의 분출이 아니냐는 느낌이 듭니다. -MB스타일이 지도자로서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던가요. ▦선거에서 유불리를 잘 모르겠는데 실수하는 건 아닌지…(웃음) MB가 거쳤던 현대건설ㆍ서울시 출신들은 능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 따뜻한 애정을 표하지는 않았습니다. 조직 내의 사람을 챙기고 감동시키는 면에서 MB는 약한 부분이 있어요. 따뜻한 조직관리자의 측면은 덜 보입니다. 그러나 패거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 기존 정치권에서 보지 못했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후에도 MB는 인(人)의 장막에 싸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당선 후에 논공행상도 없을 것입니다. 나 자신과 이 부분에서 상당히 일치합니다. 황영기 부위원장은 침체된 경제회생을 위해 아주 특별한 '대국민 담보'를 내놓았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경제가 살아난다는 약속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담보는 이 후보 몸 안의 기업 유전자(DNA)"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어떻게 구별하느냐'는 질문에 "답은 명쾌하다. 기업을 해본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라며 이같이 대답했다. '담보'에 대한 의심을 미리 못박아두려는 듯 "이 후보 몸속에 있는 기업 DNA는 가르치고 배워서 획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업을 해봤다는 점은 큰 자산"이라며 "전문서적이나 학자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각 후보 진영에 건의한 내용은 다 똑같지만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후보뿐"이라고 주장했다. MB에 대한 홍보가 이어졌다. "기업 DNA라고 하면 혹자는 '그건 대기업 DNA, 건설업 DNA 아니냐'고 비판할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사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사업 논리는 똑같다. MB만큼 모든 종류의 기업을 해본 사람은 전세계에 단 한사람도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 후보의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경제특위에서 제안한 방문일정이 너무 많을까 우려하는 측근들이 있었는데 이 후보가 '나는 현대건설 시절부터 새벽부터 밤까지 바쁘게 일해야 몸 컨디션이 정상이야'라고 해서 우리도 기분 좋게 보고를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노숙자의 자활을 돕기 위한 희망새출발 통장(노숙자들의 공공근로 급여통장)을 제안했을 때를 회고했다. 당시 이 시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었던 그에게 "노숙자를 돕기 위한 것인데 이자를 10% 정도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아이디어와 추진력 하나만은 최고"라고 말했다. ◇약력 ▦1952년 경북 영덕 ▦서울고, 서울대 무역학과, 런던대 정경대학원(LSE) 경제학 석사 ▦영국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 부장, 도쿄지점 이사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이사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전무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금융발전심의위윈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입력시간 : 2007/11/04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