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강경카드 꺼낼듯

6자 관련국에 제재 강력촉구…韓·中 입장달라 갈수록 부담

미국이 ‘대북제재’를 거듭 강조하면서 한국 등 6자 회담 관련국들에 이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조만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풀었던 각종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2일 한국을 떠나면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UN의 모든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1695호)를 이행해야 하며 이렇게 되도록 지켜볼 것”이라며 “북한이 9ㆍ19성명 이행을 원치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1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차관,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잇따라 만나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입장을 공식 전달하고 한미 양국간 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에 외교적으로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보고 각종 강경 카드를 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힐 차관보는 5~10일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만나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이에 대해 “매달 아시아에 와서 아시아 파트너들과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으며, 진정으로 다했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대화에 관심을 보이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강경제재 방침은 한국과 중국 등 기존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국가들과는 다른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화를 촉구하는 국가들에 이 같은 강경 입장은 갈수록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안보리 결의에 따라 각자가 취할 다이내믹스를 막을 도리가 없다”며 “북한이 나와 안보리 결의의 원인을 없애는 노력을 하면 (협상 재개의) 동력이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를 유예하자는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오지 않는 이상 강경론을 촉구하는 미국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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