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PC, 게임광 노린다"

고급 그래픽 카드 탑재 제품 최근 봇물
'정확한 예측 없이 성능 거품만' 우려도

온라인 `게이머(Gamer)'를 겨냥, 그래픽 기능을 강조한 '게임용' 노트북 컴퓨터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무선랜 접속 환경이 좋아져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데다 싱글코어에 비해 속도가 30% 가량 빠른 `듀얼코어'를 본격적으로 장착, 사양높은 그래픽 카드를 얹을 여유가 생겼기 때문. 미국계 업체인 델인터내셔널은 최근 2.13GHz 듀얼코어 칩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 카드 '지포스 Go 7400 터보캐시'를 넣은 'XPS M1210'을 선보였다. 강력한 게임 기능과 함께 12.1인치 화면의 경량급(1.98㎏) 본체로 휴대성도 강조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달 '게이머'(Gamer)용 모델을 내놨다. '에버라텍 6600'은 1.83GHz급 듀얼코어 CPU에 ATI사의 그래픽 칩셋 '모빌리티 라데온 X1400'을 달아 그래픽 처리 속도를 끌어올렸다. 본체 무게 3.1㎏에 15.4 인치 화면을 갖췄다. 중국의 하시그룹은 5월 초 게임 기능을 강조한 듀얼코어 제품 'KHAN L230E'을 발매했다. 1.66GHz급 프로세서에 역시 ATI사의 '모빌리티 라데온 X1600' 칩셋을 탑재했다. 대만계인 아수스도 게임에 최적화된 노트북 PC 3종을 판매중이다. 고급형인 'A8Jm'과 'A6Ja', 보급형 'A6Jc' 모두 색상이 선명한 'CSD'(Color Shine Display) 화면에 엔비디아와 ATI의 그래픽 칩셋을 썼다. 업체 관계자는 "게임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새 고객층 확보 차원에서 게임용 노트북을 기획하고 있다"며 "향후 무선인터넷이 상용화되면 노트북으로 3D(3차원) 그래픽 중심의 온라인게임을 즐기려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런 게임용 제품 출시 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노트북 PC로 게임을 많이 할 지 실수요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고가의 그래픽 카드를 얹어 '성능 인플레'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PC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데스크톱 PC와 게임기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직 훨씬 많아 게임용 노트북의 정체성이 애매하다"며 "듀얼코어 칩의 빠른 속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영역이 그래픽이라 무조건 CPU에 맞게 비싼 그래픽 칩셋을 쓰는 관행도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 그래픽 카드를 쓰면 그만큼 전력 소비가 올라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엔디비아와 ATI 등의 외장 그래픽 카드를 얹은 노트북 PC는 메인보드 상의 기본 그래픽 칩을 쓰는 모델에 비해 전력을 20∼30% 더 쓴다. 예컨대 2시간30분 분량 배터리를 이런 제품에 넣고 게임을 돌리면 1시간40분가량으로 가동시간이 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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