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의 균형개발 초점"
홍재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9일 "지역균형개발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중점을 두고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안 수립을 총괄했던 경제부총리 출신으로서 처음으로 국회 예결위원장이 된 홍 위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예산안에는 예년과 달리 선심성 예산 등 군살이 적어 잘라낼 것이 별로 없는 만큼 재원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예산배분이 지역간ㆍ계층간에 실질적 형평을 잃지 않고 국가미래에 대한 투자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홍 위원장은 ▦예결위 운영의 기본 틀 정립을 위한 운영준칙 마련 ▦예결위 상설화 취지를 살리기 위한 분과위원회 활동 활성화 ▦국회의 충실한 예산심사를 위한 정부의 결산서와 예산안 조기제출 등 혁신적인 예산심사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첫 경제부총리 출신 국회 예결위원장으로서의 각오와 포부는.
▲재경원 장관겸 부총리로 봉직하면서 두 차례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경험도 있어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정부에서 편성한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입장이 됐다. 양쪽 입장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예결위원들과 함께 무리 없이 예산을 심의하겠다.
그동안 예ㆍ결산 심사의 좋은 선례로 확립된 사항들을 모아 국회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예결위 운영준칙'을 마련, 위원회 운영의 기본적인 틀로 정립해나가겠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총괄적인 평가를 해달라.
▲균형예산 달성을 위한 정부 의지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특히 일반회계에서 재정융자특별회계(재특회계)에 지원한 금액이 올해 예산에서는 2조4,600억원이었는데 내년 예산안에서는 3,500억원으로 줄어들고 앞으로 설치될 공적자금상환기금에 2조원을 출연토록 돼 있어 일반회계 기준에서는 예년에 비해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 지원비용으로 올해 재특회계 예산에 반영된 7조2,900억원이 대부분 내년 재특회계 예산에서 빠지고 기금부담으로 옮겨져 균형예산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아마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다.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정부는 내년 세입여건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는 예년과 달리 선심성 예산 등 군살이 적어 잘라낼 것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해 심도 있는 심의와 조정을 통해 재원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지역균형개발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배분도 지역간ㆍ계층간에 실질적 형평을 잃지 않고 국가미래에 대한 투자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이 경우 어느 정도의 예산규모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인 예결위 운영과 결산ㆍ예산심의제도의 개선방안은.
▲현 예결위원 50명 전체가 회의를 하는 시스템으로는 예결위 상설화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현행 국회법에서 예결위에 둘 수 있도록 한 분과위원회의 활동을 활성화해 평소 예산집행상황 등을 점검함으로써 결산과 예산안 심사에 깊이를 더해 나가야 한다. 정부 결산서와 예산안의 국회 제출시기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조기결산심사체계 확립여건이 마련된 만큼 결산서는 늦어도 6월말까지, 헌법개정이 이뤄지면 예산안도 8월말까지 제출토록 해 국회에서 충실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심사 사각지대에 있는 특별회계나 기금에 대한 심사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는 공히 명칭만 다를뿐 특별회계에 대한 심사가 일반회계에 비해 소홀하게 이뤄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는 예산규모 증가율이나 기능별ㆍ부문별 예산의 구성비와 증가율 등을 검토해나갈 때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순계개념으로 따져나가야 한다.
나아가 내년에 운용될 기금부터 국회심의를 받도록 돼 있어 올해 예산심사에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에 기금을 더해 전체적인 재정운용 규모와 내용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특히 내년은 기금이 예산화된 첫 해인 만큼 예산사업과 기금사업의 구분기준을 명확하게 설정, 중복투자를 방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위 본심사의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데.
▲지난번 국회법 개정을 통해 상임위가 삭감한 항목을 예결위가 증액하거나 신규항목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해당 상임위와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앞으로 예결위는 상임위 삭감내용이 그 이유와 근거가 합리적이라면 최대한 이를 수용해 나가도록 하겠다.
-'밀실흥정' 비난 회피를 위해 계수조정소위 회의를 전면 공개할 용의가 있는가.
▲어느 나라에서나 예산과정은 정치적인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살림규모나 내용에 대한 국회심사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동안 소위원회의 수정이 어떤 이유와 근거에 의한 것인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위원회의 공식적인 논의가 생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실질적인 공개를 위해 노력하겠다.
<홍재형 위원장 프로필>
▲청주 출생(64세)
▲청주고ㆍ서울대 상대 졸업
▲관세청장
▲수출입은행장ㆍ외환은행장
▲부총리겸 경제기획원ㆍ재정경제원 장관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민주당 16대 의원(청주 상당ㆍ현)
▲민주당 충북도지부장(현)
▲국회 환경노동위원(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현)
대담:황인선(정치부장)
구동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