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 전 유럽 대륙에서 번성했던 네안데르탈인을 잡아먹었음을 추정케 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영국 가디언지의 일요판인 옵서버의 프랑스 국가과학연구센터(CNRS)의 페르난도 로지 박사는 프랑스 남서부 레 루아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턱뼈에서 현생 인류가 사슴 등 동물의 뼈에서 석기를 이용해 살을 발라냈을 때 생긴 것과 유사한 예리한 단면을 발견했다. 로지 박사의 연구팀은 이러한 화석 연구를 토대로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의 살을 석기를 이용해 잘라 발라먹은 뒤 치아 등은 목걸이 등 장신구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결론내렸다.
로지 박사는 "네안데르탈인들은 호모사피엔스의 손에 의해 폭력적인 종말을 맞았다"며 " 인간은 식인의 증거로부터 도피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인류학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이 3만년 전 급작스럽게 멸종한 것은 현대 과학의 수수께끼중 하나였다. 30만년 전 유럽에서 번성한 네안데르탈인들은 복잡한 모양의 석기를 제작해 사용했고 수차례의 빙하기를 견뎌냈으나, 3만년 전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럽 대륙으로 건너올 때쯤 갑작스럽게 멸종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을 두고 학계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식량 경쟁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기후변화에 취약했기 때문이라는 점 등을 유력한 원인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로지 박사의 연구에 대해 프랑스 보르도 선사연구소의 프란시스코 데리코 박사는 하나의 표본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식인을 단정지을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데리코 박사는 네안데르탈인 턱뼈의 예리한 단면은 현생 인류가 이 뼈를 발견해 치아를 장신구로 이용하기 위해 잘라냈을 때 생긴 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도 “현생 인류와의 경쟁이 네안데르탈인의 멸망의 한 요인일 수 있지만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을 체계적으로 멸종에 이르게 했거나 규칙적으로 잡아먹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