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윤영각 삼정 KPMG그룹 대표

"지금이 민·관 펀드 조성 글로벌 M&A 적기"
美기업 주가 급락… 에너지·선진금융부문 적극 투자를
정부 보유외환 출자등 기업에 M&A 물꼬 터줘야
단기자본 유출입 제동장치 마련 투기 차단도 필요



"중국ㆍ일본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헐값이 된 미국 금융기관과 캐나다ㆍ호주ㆍ남미 등지의 오일ㆍ가스ㆍ광산 업체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한국은 (외환위기 재발 우려, 원화 약세가 겹쳐)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미래 국가ㆍ산업ㆍ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호기를 놓쳐선 안 됩니다. 민간의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투자하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글로벌 엄브렐러펀드나 모태펀드를 조성해 우리도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윤영각(사진) 삼정KPMG그룹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의 주가가 워낙 많이 떨어져 월스트리트가 '월마트(세계 최대 할인점) 스트리트'로 불리는 지금이 글로벌 M&A 적기"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대표는 KPMG 삼정회계법인 등 회계ㆍ세무ㆍ재무자문ㆍ컨설팅ㆍ보험계리 서비스 법인들로 구성된 삼정KPMG그룹을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2만달러에서 3만~4만달러가 올라서려면 포화상태인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에너지ㆍ자원, 선진 금융기법ㆍ네트워크와 핵심기술 등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고 중소ㆍ중견기업들도 세계로 떨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관 합동 글로벌 펀드 조성을 제안한 이유가 뭔가요. ▦지금의 전략적 해외투자 여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느냐 못하느냐를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므로 분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돈(원화) 있는 국내 기업들도 달러ㆍ유로 등 외화가 넉넉하지 않아 해외 M&A에 나설 여력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정부가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출자해 글로벌 엄브렐러펀드(umbrella fundㆍ여러 개의 하위펀드를 거느리고 있으며 하위펀드 간의 교환이 자유로움)나 모태펀드(Fund of Fundsㆍ개별기업이 아닌 펀드에 출자)를 조성, M&A에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어요. 투자자금ㆍ정보ㆍ전문가 등을 결집해 M&A 시장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같은 회사ㆍ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지난달 '경제위기를 넘어서' 조찬포럼에서 글로벌 M&A 대상으로 선진 비은행 금융기관과 신기술, 물류산업, 부동산ㆍ건설, 자원ㆍ에너지, 녹색성장 등 6개 부문을 제시하셨습니다. 민관 합동 펀드 투자가 가장 절실한 부문은 뭔가요. ▦에너지ㆍ자원, 녹색성장 부문입니다. 특히 에너지ㆍ자원 부문은 중국ㆍ일본ㆍ인도 등의 싹쓸이로 매물, 특히 상장사 지분투자 대상이 많이 소진돼 장기투자, 성공확률도 떨어지는 벤처성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몇몇 금융그룹은 국유화돼 있고 자본확충, 외화조달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지난해 10월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지분 21%를, 노무라금융그룹이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아시아ㆍ중동ㆍ유럽 부문을 동시다발적으로 인수한 이면에는 지휘자 역할을 한 대장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뒤처진 한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M&A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투기성 해외자본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바람에 한국은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외환위기에 준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싱가포르는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환율제도의 차이 때문이죠. 한국은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면서 환율을 완전 자유변동에 맡겨 놓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갑자기 많이 빠져나가면 환율이 크게 요동치고 사태가 길어지면 외환위기로 발전합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달러에 대한 투기를 금지하고 바스켓 방식의 환율제도를 채택, 이 같은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한국도 급격한 단기자본 유출입에 대한 제동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ㆍ중견기업 역할론도 강조해오셨는데. ▦1인당 GDP가 2만달러에서 3만~4만달러로 커지려면 9,500억달러 수준인 GDP 규모도 1조5,000억~2조달러가 돼야 하는데 대기업만 잘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좋은 상품ㆍ노하우ㆍ기술을 가진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좀더 세계로 떨쳐 나가야 합니다. 해외진출에 필요한 정보ㆍ자금, 해외기업 인수ㆍ합작 등을 지원해줄 글로벌 펀드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 펀드들은 투자한 회사에 비슷한 업종ㆍ회사의 파트 등을 붙여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사후관리(매니지먼트)에 취약하므로 시급히 보강해야 합니다. -녹색성장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지만 투자 우선순위와 '녹색 뻥튀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한 전문가가 '중국의 녹색산업 투자가 한국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앞서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우리 정부가 조급해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방향이 맞으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당연합니다. -오는 2011년부터 상장사에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되고 주된 재무제표가 '개별'에서 '연결'로 바뀝니다. 그런데 연결대상 종속회사 범위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해 회계법인과 기업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현행 기준이 불투명한데다 새로운 기준서 개정안에 포함된 '사실상 지배(De facto control)' 인정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아 지분율이 30~50%인 계열사를 연결대상 종속회사에 포함해야 할지 여부가 모호합니다. 현행 국제회계기준상의 연결범위를 유지하고 싶은 대기업들은 사실상 지배 개념의 적용을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삼정KPMG도 반대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지배는 '지분 30% 이상 최대주주'의 개념이 아니고 나머지 주주들이 모두 분산돼 있어서 실질적으로 유효하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국제회계기준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 상장사들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중소 상장사들의 경우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중요한 회계차이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이 많지 않아요. 만약 연결ㆍ개별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새로 도입해야 할 경우 중소기업용 IT 패키지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약력

▦1953년 서울 ▦경기고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경제학사) ▦시카고대(경영학 석사) ▦듀크대(법률학 박사) ▦美 공인회계사ㆍ변호사 ▦1980년 美 휴렛팩커드 ▦1983년 美 회계법인 Arthur Young & Co. ▦1988년 美 법률사무소 Arnold & Porter, Sidley & Austin ▦1991년 삼정컨설팅그룹 대표 ▦2001~현재 삼정KPMG그룹 대표 ▦2008년 이명박대통령 인수위 국제경쟁력특위 자문위원 ▦KPMG인터내셔널 이사회 멤버,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CEO 겸임교수, 희망제작소 이사, 유엔 글로벌 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금융위원회 금융중심지 추진위원, 생명의숲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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