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3 희생자냐" 촉각

盧대통령 공격 대권 예비후보 또 낙마
"보따리장수" 비판 받았던 손학규
지지율 답보땐 중도 낙마할 수도



이제는 ‘밤비노의 저주(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와 관련된 저주)’가 아니라 ‘노무현의 저주(?)’라고 표현해야 할까. 노무현 대통령이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대권 예비후보 한 명이 또다시 낙마했다. 지난해 12월 하순 “실패한 인사”라면서 고건 전 총리를 정면으로 공격, 낙마를 유도(?)한 지 넉달도 안돼 이번에는 여권의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였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출마를 포기했다. 정 전 총장도 노 대통령의 공격 대상이었다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익히 알려진 사실. 노 대통령이 정 전 총장을 처음 겨냥한 것은 신년 연설(1월23일)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당시 “국민에 행복을 가져다준 지도자는 경제만 하는 기술자가 아니었다”면서 에둘러 정 전 총장의 대통령 자질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을 겨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전 총장 쪽에 신빙성을 더 두었다. 노 대통령은 이틀 뒤 신년 회견에서도 “경제 문제는 대선 후보간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면서 정 전 총장에 대해 다시 한 번 화살을 겨누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노 대통령이 곧 정 전 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루머가 퍼져나왔다는 것.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의 ‘추가 공격’이 나오기 전에 정 전 총장이 먼저 두 손을 든 셈이다. 관심은 이제 ‘제2의 고건, 제2의 정운찬’이 누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연스럽게 손학규 전 경기지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공격을 가했던 또 다른 인물이 바로 손 전 지사였기 때문.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가 탈당한 직후인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보따리장수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는가. 원칙을 파괴하는 사람은 정치인 자격이 없다”면서 손 전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물론 현 상황에서 손 전 지사가 중도 낙마할 가능성을 점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지율이 지금처럼 5% 안팎에서 계속 정체될 경우 확률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대선 무대에서 단순히 ‘심판’이 아니라 필드에서 같이 뛰는 ‘선수’가 되려 하는 노 대통령. 고건, 정운찬에 이은 제3의 인물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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