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가를 내 지리산둘레길을 찾은 2명의 직장동료가 지리산 인월~청원마을 구간을 한가롭게 둘러보며 걷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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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제주시민이 쌍둥이 아들을 유모차에 싣고 화산폭발로 분출한 돌가루(일명 송이)를 깔아놓은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산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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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인기다. 전세계 각지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비롯해 영국의 내셔널트레일, 일본의 장거리자연보도 등이 대표적 걷기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주 올레길이 대한민국 걷기 1번지로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지리산둘레길에 지난 추석 8만여명이 찾는 등 걷기가 확산되고 있다. 산림당국은 숲을 보다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숲길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나섰고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자체적으로 둘레길을 조성해 지역민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국내 대표적 숲길인 지리산둘레길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제주 사려니숲길 등이 어떻게 조성돼 운영되고 있고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둘러봤다.
◇전국 명소로 떠오른 지리산숲길="두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왔습니다. 현장학습을 신청한 뒤 둘레길 걷기 2박3일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볕이 따가운 지난 7월14일 오후2시30분.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에서 만난 경기도 안양의 홍승수(49)씨네 삼부자. 이들은 이날 오전10시부터 둘레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현의(고 1)군은 "험한 길이 없어 힘들지 않다"며 "걸으면서 가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가족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지리산둘레길이 전국적 명소로 떠올랐다. 이제 이곳에 다녀오지 않고는 대화를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남원ㆍ구례ㆍ하동ㆍ산청ㆍ함양 등 5개 시ㆍ군, 16개 읍ㆍ면, 80여개 마을을 환형으로 연결하게 될 트레킹 숲길인 지리산둘레길은 현재 300㎞ 예정 구간 중 71㎞를 우선 개통, 국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현재 개통된 구간은 주천~운봉 구간(14.3㎞)을 비롯해 운봉~인월(9.4㎞), 인월~금계(19.3㎞), 금계~동강(11㎞), 동강~수철(11.9㎞) 등 5개 구간이다.
지난해 지리산둘레길을 찾은 방문객은 8만여명. 올해 6월 말 현재 7만5,000명을 넘어서 지난해 대비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방문객이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부산ㆍ대전ㆍ대구ㆍ광주ㆍ창원 등지 방문객이 나머지 50% 정도다. 올해 석가탄신일 하루에 자동차 5,300대가 지리산IC로 나왔다. 보통 성수기에 4,900대가량이 체크되는데 더 많은 사람이 지리산을 방문한 것. 지리산둘레길 민박업소는 동이 났고 때아닌 성수기가 지리산에 생기고 있다.
지리산둘레길 방문객 증가는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장항마을의 경우 지난해 민박농가가 전혀 없었는데 올해 8가구가 생겼다. 한양 동강마을의 경우 지난해 2가구이던 것이 올해 10가구로 늘었다. 매동마을의 경우 지난해 민박수입이 4억원 이상이었다.
둘레길 주변 민박뿐만 아니라 둘레길 곳곳에 마련된 쉼터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2~3시간마다 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잠깐 휴식하면서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된다. 방문객 증가로 인월~청원마을 구간에만 10개의 쉼터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상황마을쉼터의 윤영준(55)씨는 "주말에는 1,000여명이 이 길을 지나간다"며 "지역민들에게 또 다른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둘레길이 활성화되면서 도시민과의 연계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산촌마을ㆍ생태마을이 작위적이라면 둘레길 마을은 내방객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리를 맺고 있다.
김종호(48)씨는 "대구에서 직장동료 8명과 계획을 세워 맘먹고 왔다"며 "자연을 벗삼아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지리산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돼 만족스럽다"고 둘레길 걷기 소감을 피력했다.
산림청 서부청의 한 관계자는 "늘어나는 방문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3월 주차장 부지를 매입해 주차장까지 조성했으나 주말에는 60번 지방도 갓길까지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주차장 부지 추가확보를 검토해야 할 형편"이라고 전했다.
지리산 숲해설가 장준균(43)씨는 "청소년ㆍ장애우 등을 대상으로 한 걷기 프로그램과 함께 봉사활동도 하면서 걷는 프로그램 등 둘레길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리산둘레길 300㎞가 모두 이어지면 국민 건강증진의 장인 동시에 국민 화합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맨발걷기로 유명한 제주 사려니숲길="숲 속을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있나요. 숲이 만든 자연을 따라 걸으면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는 등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양중길씨ㆍ62ㆍ제주시 노영동)
주중 1일 400~500명, 주말 1일 1,500여명이 찾고 하루 수십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는 제주도의 한 숲길이 건강숲길명소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의 '물찻오름' 입구에서 '사려니오름'에 이르는 16㎞, '사려니숲길'이 그곳이다.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해발 500~600m 구간에 조성된 '사려니숲길'은 졸참나무ㆍ서어나무ㆍ단풍나무 등 78종의 나무와 254종의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자연림과 인공림이 결합된 산림문화 공간이다.
참꽃나무숲ㆍ서어나무숲 등 자연적으로 생성된 산림이 70%에 이르고 1930년대부터 인공조성된 삼나무ㆍ편백나무 등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단풍나무 등의 활엽수와 소나무 등의 침엽수가 어울러지면서 숲길 전체의 70~80%가 그늘 속에 있어 숲길 좌우로 박새ㆍ송광조 등의 조류와 제주도롱뇽은 물론 제주도의 야생노루ㆍ오소리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제주시가 올해 숲길 구간 중 4㎞에 걸쳐 조성한 붉은 송이(Scoriaㆍ화산자갈)길은 조만간 국내 최고의 맨발걷기 명소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다. 원적외선 방출량이 많고 피부노폐물 등의 흡수율이 높아 아토피 치료 및 항균ㆍ피로회복 등의 효과까지 있어 이곳을 찾은 내방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려니숲길의 나옥실 숲해설가는 "1년간 차량을 통제한 뒤 숲길이 자연 그대로 되살아났다"며 "제주 특유의 온대림과 난대림이 섞인 사려니숲길은 산림욕장으로서는 '종합비타민제'와 같다"고 칭찬했다.
숲길을 찾은 홍기임(49ㆍ부산시 연산동)씨는 "제주도를 그간 많이 찾아왔고 여러 산림욕장을 둘러봤지만 이렇게 향기가 좋은 곳은 처음"이라며 "가파르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길이라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사려니숲길에서는 지난해부터 매년 5월 '사려니숲길 걷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국내외 관광객 4,500명 등 1만5,000명이 참여하는 등 대형 행사로 성장했다.
제주도는 전세계적으로 숲치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곳 사려니숲길이 세계적 치유명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생태체험 녹색관광 명소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사계절 사진 콘테스트와 음악회ㆍ숲치유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중국ㆍ일본 현지 팸투어 홍보 등을 강화해 제주도 해외관광객 200만명 유치에 한 몫을 담당하는 명소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녹지환경과의 박두원씨는 "앞으로 올레길 이상으로 사려니숲길이 유명해질 것"이라며 "다만 방문객이 너무 많이 찾을 경우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녹지환경과(064-710-6762)에 문의할 경우 유치부, 초ㆍ중ㆍ등 학생이나 일반인을 위한 '숲속 나무이야기' '자연치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려니숲길에서 체험할 수 있다.
"자연과 놀아요" 숲유치원 설립 붐
산림청 올해말까지 국유림에만 21곳으로 확대키로
지난 5월 국내에서도 전형적인 숲유치원이 서울 한복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송파구청이 신설한 구립 어린이집에서 5세 숲유치원반을 모집해 하루 종일 숲에서 생활하는 숲유치원을 시범운영하기 시작한 것.
송파구청은 자연림과 조성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오금공원을 숲유치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구르고 뒹굴며 마음껏 뛰어 논다. 나뭇가지와 풀잎ㆍ꽃잎ㆍ새소리 등이 이들에게는 놀이기구이며 공부의 대상이 된다.
송파구는 오금공원 입구에 24㎡ 규모의 통나무집을 마련, 비나 눈 등 갑작스러운 일기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피소로 활용하도록 했고 이곳에 100여권의 동화책을 비치해 책을 읽는 공간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숲유치원을 시범운영하고 있는 파인8 어린이집의 박희숙 원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종일반 숲유치원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도 없지 않다"며 "아이들이 숲을 좋아하고 맑고 밝게 생활하는 것을 보니 숲유치원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송파구 숲유치원 설립에 이어 숲유치원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사단법인 '나를 만나는 숲의 유치원'의 장희정 박사는 "스위스ㆍ독일 등 유럽에서 숲유치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숲유치원이 크게 늘고 있다"며 "산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숲에서 맘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하는 선진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각 지역에서 기관 혹은 단체들이 유치원부터 초ㆍ중ㆍ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숲체험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숲유치원 활성화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산림청은 2008년부터 숲해설가들이 함께 하는 숲유치원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국내에 도입해 대부분의 시간을 닫힌 공간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반 유치원아이들을 숲으로 이끌어냈다. 국민의 숲과 도시 숲을 활용해 숲유치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월 1~2회 체험형을 비롯해 주 1~2회 프로그램형, 1일 2시간 교육형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부지방산림청이 서울ㆍ경기강원 지역 81개 유치원 및 보육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운영 중인 숲유치원 프로그램에는 2008년 1만3,300여명이 참여한 데 이어 2009년에는 3만6,000여명으로 참가하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산림청은 숲유치원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5개 지방산림청이 숲유치원 운영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3개이던 숲유치원을 올해 말까지 국유림에만 21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까지 늘어날 경우 숲유치원이 조기에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라 산림청 휴양등산과장은 "숲유치원 운영에 적당한 공간을 확보하고 학부모 욕구 및 유치원 교과과정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범운영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숲유치원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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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