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월 17일] 구조조정 없이 지속적인 성장 어렵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업무보고에서 기업과 은행의 체질개선을 통해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채권은행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은행들의 과도한 외형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예대율 규제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고 내년에는 출구전략도 준비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체질 개선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또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도 위기극복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누적된 비효율을 제거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 유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기업 구조조정과 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이 뒷전으로 밀려난 게 사실이다. 실직 등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여러 지원대책을 시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이 자구노력을 기피하고 손실을 우려한 채권은행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보니 퇴출됐어야 할 '좀비'기업들로 인한 시장질서 왜곡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으나 부실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기회를 선점하려면 부실기업 정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추진일정을 마련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나가야 한다. 해당 기업들도 정부 지원의 그늘에 안주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구조조정을 통한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 우려가 부담스런 것은 사실이다. 또 기업 구조과정에서 발생할 금융부실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기업과 은행의 체질개선이 이뤄지면 경제가 활력을 찾아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구조조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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