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암살' 직파간첩 2명 구속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인 황장엽씨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 2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와 국가정보원은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해 국내에서 황씨를 살해하려던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김모(36)씨와 동모(36)씨를 20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정찰총국 총국장으로부터 ‘황씨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아 같은 해 12월 중국 옌지를 거쳐 탈북자로 가장해 태국으로 밀입국했다가 강제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황씨가 자주 다니는 병원이나 장소, 만나는 사람 등의 동향을 먼저 파악해 보고한 뒤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지시 받아 실행하기로 돼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등은 나란히 지난 1992년 9월 인민무력부 정찰국(현 정찰총국) 전투원으로 선발돼 1998년 북한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2004년부터는 공작원 신분으로 대남 침투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찰총국은 북한에서 대남 및 해외 공작업무를 해오던 ‘35호실’과 작전부ㆍ정찰국이 지난해 확대 개편된 기구다. 북한에서 대남 및 해외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직접 내려 보낸 ‘직파간첩’이 검거된 것은 2006년 태국과 필리핀 등에서 국적을 세탁한 뒤 국내에 잠입해 군사시설물 등을 찍어 북측에 넘긴 간첩 정경학이 구속된 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 정보당국은 이들이 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도 관련성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군 소좌 계급인 이들은 남파를 앞두고 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위장했으며 특히 동씨는 황씨의 친척인 것처럼 신분을 속여 “황장엽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해 남조선행을 택했다”며 탈북 이유를 둘러댔다고 검찰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말 두만강을 건너 중국 옌지에 도착한 김씨와 동씨는 중국 내 연락책을 통해 탈북 브로커를 소개받아 일반 탈북자들에 섞여 12월 태국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로 들어온 뒤 탈북자 심사 과정에서 꾸며낸 인적사항과 동일한 지역 출신의 탈북자와 대질신문을 받다가 가짜 경력이 모두 탄로나는 바람에 황씨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입국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검찰은 이들과 접선하려던 국내 고정간첩망이 있을 것으로 보고 국정원과 공조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